프로복싱 여자 라이트플라이급 한국 챔피언이자 의사인 서려경(33·천안비트손정오복싱) 교수가 세계 타이틀을 눈앞에서 놓쳤다.
서려경은 16일 서울 스위스그랜드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WIBA(여성국제복싱협회) 미니멈급(47.6Kg) 세계 타이틀전에서 세계복싱기구(WBO) 아시아퍼시픽 챔피언을 지낸 요시가와 리유나(22·일본 디아만테복싱짐)와 비겼다. 부심 셋 중 한 명만 95-95로 채점했고, 나머지 둘은 각각 서려경과 요시카와의 손을 들어줬다.
세계 타이틀을 목표로 달린 서려경은 WIBA 미니멈급 세계 챔피언에 등극하면 오는 6월 천안에서 세계복싱협회(WBA)·WBO(세계복싱기구) 통합타이틀 또는 국제복싱연맹(IBF) 등 메이저 타이틀에 도전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세계 타이틀전에서 벨트를 얻지 못하면서 계획이 미뤄지게 됐다.
이날 무승부를 기록한 서려경은 무패 기록(7승 2무)을 이어가게 됐다. 상대인 요시카와는 10전 6승(1KO) 2패 2무를 기록하게 됐다.
서려경과 요시카와는 1~10라운드까지 치열하게 치고받았다. 둘은 쉴 새 없이 주먹을 뻗으며 팬들의 환호성을 끌어냈다. 서려경은 장점인 강한 파워, 단신인 요시카와는 활발한 스텝을 살린 펀치 세례로 인상을 남겼다.
1라운드 초반부터 근접전이 펼쳐졌다. 서려경의 앞 손이 요시카와의 안면에 꽂히자 팬들의 환호가 나왔다. 하지만 요시카와는 거침없이 밀고 들어가 펀치를 뻗었다. 대체로 비슷한 분위기로 흘러갔다. 신체 조건에서 우위에 있던 서려경은 긴 리치를 활용하기 위해 뒤로 빠지면서 주먹을 맞췄고, 요시카와는 안쪽으로 파고들어 서려경의 보디와 안면을 거듭 두드렸다.
요시카와의 펀치를 빠르고 매서웠다. 서려경은 묵직한 주먹이 돋보였는데, 요시카와는 정타를 맞아도 좀체 쓰러지지 않았다. 후반 라운드로 갈수록 지친 기색이 보였던 서려경은 9라운드 요시카와의 연타에 흔들렸다. 서려경은 백스텝을 밟았고, 요시카와는 끝까지 전진 기어를 넣었다.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던 승부였다. 심판은 두 선수의 손을 모두 들어줬다.
세계 챔피언 등극을 다음으로 미루게 된 서려경은 취재진과 인터뷰 전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