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드민턴 단식 최초로 전영오픈 2연패를 노린 안세영(22·삼성생명)이 4강전에서 탈락했다.
여자단식 랭킹 1위 안세영은 16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 유틸리타 아레나에서 열린 세계배드민턴연맹(BWF) 2024 전영오픈(슈퍼1000) 여자단식 준결승전에서 야마구치 아카네(일본·랭킹 4위)에게 게임 스코어 0-2(10-21, 21-19, 14-21)로 패했다.
안세영은 지난해 '배드민턴의 윔블던'으로 불리는 전영오픈에서 1996년 방수현(은퇴) 이후 27년 만에 여자단식 정상에 오르는 쾌거를 보여줬다. 이후 랭킹 1위까지 올라섰고,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금메달까지 획득하며 여자 배드민턴 넘버원 플레이어로 올라섰다.
안세영의 전영오픈 2연패는 유력해 보였다. 1월 중순 오른쪽 허벅지 부상으로 한 달 이상 재활 치료를 받았지만, 복귀 무대였던 지난주 프랑스오픈 결승전에서 야마구치를 상대로 2-1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몸 상태도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전영오픈 4강전에서 부상이 재발한 것 같은 모습을 보여줬다. 안세영은 지난 1월에도 말레이시아오픈에서 우승했지만, 바로 나선 인도오픈 8강전에서 부상으로 기권한 바 있다.
안세영은 11점 차로 1게임을 내줬다. 초반부터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오른쪽 다리를 애써 움직여 근육을 풀어주려는 모습을 종종 보여줬다. 안세영은 7-9에서 연속 4점, 8-13에서 연속 7점을 내주며 무너졌다. 찰나였지만, 다리를 절기도 했다.
안세영은 2게임 시작과 동시에 55번이나 샷이 이어진 랠리 끝에 야마구치에게 스매싱을 허용하며 첫 점수를 내줬다. 무릎 상태는 확실히 안 좋아 보였고, 움직임도 둔해졌다.
안세영은 투혼을 발휘했다. 이후 1~2점 차 박빙 승부를 이어갔다. 무릎 부상을 안고도 포기하지 않고 경기를 치러 천위페이(중국·2위)를 꺾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결승전을 떠올리게 했다.
좀처럼 볼 수 없었던 모습도 나왔다. 안세영은 8-6에서 야마구치의 백핸드 클리어가 앤드라인에 다가서자, 벗어났다고 판단하고 리턴 샷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셔트콥은 라인 안쪽에 떨어졌다. 안세영을 털썩 주저앉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13-13에서 클리어가 어설픈 높이로 뜨며 스매싱 공격으로 점수를 내준 뒤에는 대(大)자로 누워서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기도 했다.
안세영은 플레이가 끝날 때마다 무릎을 부여잡았다. 휘청거리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클리어를 앞세워 랠리를 유도, 상대 체력을 빼놓으려고 했다. 승부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였다.
1게임 완승으로 승기를 잡은 야마구치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지난주 프랑스오픈 결승전과 달리 끈질진 수비력을 보여줬다. 안세영은 13-14에서도 65번이나 샷을 주고 받는 메가 랠리를 했다. 야마구치의 클리어가 엔드라인을 벗어나는 걸 본 뒤 다시 코트에 주저앉아 버렸다. 15-15에서 몸을 던저 몸을 날려 드롭샷을 막아냈지만, 바로 바로 스매싱 공격을 허용하며 실점하자, 누운 채로 자신의 팔에 머리를 파묻고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게 힘겹게 버텨낸 안세영은 결국 2게임을 가져갔다. 정상 컨디션은 아니었지만, 정교한 드롯샷과 헤어핀, 클리어를 앞세워 야마구치를 압박했고, 결국 19-19에서 연속 득점하며 듀스 없이 승부를 원점으로 만들었다.
안세영은 프랑스오픈 결승전에서도 체력전을 펼쳐 야마구치를 잡았다. 하지만 전영오픈 대결에서의 상황은 달랐다. 무릎·허벅지 통증이 그를 괴롭히는 것 같았다.
결국 한계에 이르렀다. 안세영은 3게임 10점 진입 뒤 연속 실점이 많아지며 승기를 내줬다. 안세영은 10-16, 6점 차로 밀린 상황에서 종전 부상 정도가 심각했던 오른쪽이 아닌 왼쪽 무릎 통증도 호소했다. 이후 4점을 더 얻었지만, 이미 기운 판세를 뒤집지 못했다. 결국 14-21으로 패했다.
전영오픈 2연패에 실패했고, 야마구치 상대 5연승이 무산됐다. 통산 전적도 10승 13패로 조금 더 벌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