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개막전 선발로 예고된 애런 윌커슨(35)이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을 마쳤다. 실점으로 볼 일은 아니지만, 만족감보다는 다소 아쉬움을 남기고 개막 준비를 마쳤다.
윌커슨은 17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시범경기 한화 이글스전에 선발 등판해 4이닝 10피안타 1볼넷 1사구 7실점을 기록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시범경기 평균자책점은 9.00까지 치솟았다.
윌커슨은 올해 롯데의 개막전 등판을 맡은 에이스다. 지난해 대체 외국인 투수로 롯데를 찾은 그는 13경기 7승 2패 평균자책점 2.26으로 대활약했다. 팀은 가을야구에 오르는 데 실패했지만, 윌커슨의 활약을 지켜본 롯데는 그와 재계약하며 안정적인 선발진 구축을 노렸다. 2024년 개막전도 그의 몫이었다. 김태형 감독은 17일 경기 전에도 "윌커슨이 개막전에 나선다. 오늘은 75구 정도를 계획했다"고 예고했다.
높은 기대치와 달리 17일 투구 내용은 다소 좋지 못했다. 1회부터 집중타를 맞는 등 전반적으로 내용이 좋지 못했고, 장타성 타구도 여러 차례 허용했다.
1회 실점만큼은 운이 따르지 않았다. 윌커슨은 1회 초 선두 타자 정은원부터 안타를 허용했다. 우중간 외야를 가르는 2루타로 타구 질도 강했다. 하지만 2번 타자인 요나단 페라자에게 2루수 앞 땅볼로 순조롭게 아웃 카운트를 잡았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2루수 안치홍에게 맞은 타구가 1루수 옆을 지났다. 빗맞은 타구였지만 절묘하게 코스를 타고 외야로 흐르면서 2루타로 둔갑했다. 주자 정은원을 불러들이는 첫 실점.
불운 때문이었을까. 윌커슨이 흔들렸다. 채은성에게 다시 안타로 위기를 이어갔고, 후속 타자 임종찬에겐 우전 적시타를 내줘 0-2를 만들었다. 이어 2회에도 선두 타자 이재원에게 좌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2루타를 내준 윌커슨은 앞서 첫 안타를 맞은 정은원에게 적시타를 허용해 추가실점했다.
3회 잠시 안정을 찾는 듯 했다. 한화 4번 타자 채은성을 141㎞/h 직구로 삼진 잡은 그는 후속 타자들도 뜬공 처리하며 첫 삼자 범퇴를 기록했다. 타선도 전준우의 2타점 2루타로 두 점을 더했다.
하지만 승기는 4회 곧바로 한화로 되돌아갔다. 4회 첫 두 타자만 해도 순조롭게 잡았다. 그러나 9번 타자 이도윤에게 내준 좌전 안타가 시발점이 됐다. 후속 타자 정은원이 윌커슨의 초구 141㎞/h 직구를 공략, 담장까지 날아가는 대형 우중간 2루타로 이도윤을 불러들였다. 이어 페라자가 볼넷으로 출루했고 황영묵이 적시타를 추가해 앞선 롯데의 2점을 지웠다.
위기는 계속됐다. 김인환에게 사구를 내줘 만루 위기를 맞은 윌커슨은 임종찬에게 우전 적시타를 허용, 다시 2실점을 더했다. 7실점째. 후속 타자 김강민을 잡고 나서야 비로소 이닝을 마쳤으나 경기 흐름을 기울어진지 오래였다.
이날은 윌커슨의 구속도 다소 아쉬웠다. 최고 145㎞/h를 찍었지만 좀처럼 한화 타자들을 힘으로 압도하지 못했다. 주 무기 커터의 최고 구속은 144㎞/h, 최저 133㎞/h로 역시 빠른 편이 아니었다.
경기는 5회 초 현재 롯데가 2-7로 뒤처진 가운데 진해수에 이어 신인 전미르가 구원 등판해 투구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