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면 오락 영화 같은데, 전혀 아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거짓인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진실 게임이 쏟아지는 댓글을 의심하게 한다. ‘댓글부대’ 이야기다.
‘댓글부대’는 대기업에 대한 기사를 쓴 후 정직당한 기자 임상진(손석구)에게 온라인 여론을 조작했다는 익명의 제보자가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사회부 기자 임상진은 수십억원을 투자한 기술을 대기업 자회사에 빼앗겼다고 주장하는 중소기업 대표를 인터뷰해 대기업을 고발하는 기사를 쓴다. 임상진은 특종 기자가 되는 듯했으나, 해당 기사가 오보라는 넘치는 댓글에 한순간에 ‘기레기’가 된다.
시간이 흐른 후 정직당한 임상진에게 온라인 여론조작에 대해 제보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난다. ‘찻탓캇’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이 사람(김동휘)은 임상진이 쓴 기사가 오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자신과 친구들이 ‘팀알렙’이라는 이름으로 저질렀던 일들을 고백한다.
‘댓글부대’는 초반부터 빠른 전개를 보여준다. 촛불집회를 예로 들어 과거 여론 형성 과정을 보여주는가 하면 제한된 담배 광고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 잘 나가던 영화를 주저앉히는 방법 등 흥미로운 이야기로 관객의 시선을 붙든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댓글이나 밈은 소소한 웃음을 자아낸다.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케미스트리도 재미 포인트다. 손석구는 안정적인 연기력을 바탕으로 어디엔가 있을 법한 임상진을 현실감 있게 연기하며 극을 이끈다. 찡뻤킹, 찻탓캇, 팹택을 연기한 김성철, 김동휘, 홍경의 연기력은 흡인력을 높인다. 세 사람이 그리는 궁핍한 청춘, 욕심과 정의 사이에서의 고뇌 등은 몰입을 배가한다. 어색한 사람 하나 없이 완벽히 인물에 녹아들어 개성을 빛낸다.
사명감보다는 공명심으로 가득 찬 임상진부터 여론조작을 주도하지만 정의감에 갈등하는 찡뻤킹(김성철), 도통 속내를 알 수 없는 찻탓캇, 여론조작에 가장 큰 힘을 보태는 팹택(홍경)까지 매력적인 인물들의 앙상블은 재미를 더한다.
그러나 허무한 결말이 아쉽다. 진실을 향해 달려나가던 이야기는 팀알렙의 정체가 조금씩 드러나는 중후반부터 힘을 잃는다. 뒤에 무언가 있을 것 같은, 갑자기 끊겨버린 듯한 엔딩은 찝찝함을 남기기도 한다.
다만 댓글부대가 정치는 물론 연예계까지 스며들었을지 모르기에, 그 실체에 대한 호기심이 이 영화의 매력인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