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37경기, KBO리그 최다 출장 기록이 깨졌다. 주인공은 21시즌 동안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안방을 지켰던 포수 강민호(39). 체력 소모가 크고 부상 위험도 큰 포수로서 KBO리그 최다 출전 기록을 세웠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대기록이다.
포수는 에너지 소모가 큰 포지션이다. 투수들의 강속구를 받아내는 것은 물론,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공을 던진다. 폭투를 막아내는 등 궂은 일도 포수의 몫이다. 포수와 주자의 홈 충돌 방지 규정이 2016년 만들어지기 전까진 홈에서 주자와 충돌하는 일도 빈번했다. 이를 모두 이겨내고 버텨낸 강민호는 여전히 건재한 모습으로 올해 21년 차 시즌을 보내고 있다.
KBO리그를 주름 잡았던 레전드들도 강민호의 대기록에 혀를 내둘렀다. 현역 시절 '국민 유격수'로서 1993경기를 뛰었던 박진만 삼성 감독은 "포수는 체력 부담이 큰 포지션이다. 포수로서 최다 경기 출전 기록을 세웠다는 건 더욱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며 대기록을 세운 강민호를 축하했다.
지난해 LG 트윈스의 감독으로서 29년 만의 우승을 이끈 염경엽 LG 감독도 "포수라는 직업이 정말 힘들다. 포수가 최다 출장 경기를 기록한다는 것은 어떤 선수가 기록하는 것보다 의미있는 일"이라며 "선수로서 관리를 잘했기에 이룬 것이다. 후배들이 많이 배웠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전했다.
포수 레전드 김동수 현 서울고 야구부 감독도 "대견하다"라며 강민호의 대기록을 축하했다. 현역 시절 2039경기를 뛰었던 김 감독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나는 42살에 2000경기를 겨우 넘겼는데 (강민호가) 대단하고 대견하다. 지금처럼 건강하게 계속 뛴다면 내가 은퇴했을 때 나이 즈음엔 몇 경기나 기록할지 기대된다"라고 말했다.
김동수 감독은 대학(한양대)을 나와 뒤늦게 프로에 입문한 탓에 불혹의 나이에 2000경기를 채웠다. 반면 강민호는 고등학교(포철공고)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에 데뷔해 같은 나이 때의 김동수보다 더 많은 경기를 뛸 수 있었다. 김 감독은 "그래도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1군에서 주전으로 뛰기 쉽지 않다. 하지만 강민호는 해냈고,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대기록을 달성했다. 정말 대견하다"라며 다시 한번 후배의 기록을 칭찬했다.
강민호는 여전히 주전 포수로서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아직 경쟁력이 충분한 만큼 강민호도 여기서 멈출 생각이 없다. 그는 "조금이라도 경쟁력이 있다면 프로에서 뛸 수 있다는 걸 후배들에게 알려준다는 의무감을 가지고 더 오래 뛸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라며 앞으로의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