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전을 앞두고 만난 김지찬(삼성 라이온즈)은 결연한 표정으로 필승의 의지를 다졌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 팀 동료이자, 이제는 적이 된 '중견수 수비의 달인', 박해민(LG 트윈스)을 언급하며 "해민이 형처럼 잘하겠다"라며 입술을 악물었다.
28일 경기 전 삼성은 큰 변수를 맞았다. 주전 2루수로 나섰던 '핵심 내야수' 류지혁이 전날(27일) 경기 도중 당한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2루수 자리에 공백이 생긴 것이다.
김지찬의 2루수 복귀도 가능해보였다. 2020년 입단한 김지찬은 줄곧 내야수로 활약한 뒤, 지난해엔 주전 2루수 자리를 꿰찬 바 있다. 스프링캠프 초반까지만 해도 김지찬은 2루수로 분류됐었다. 하지만 캠프 막판부터 본격적으로 외야수(중견수) 수비에 투입되더니, 시범경기와 정규시즌은 아예 중견수로 포지션을 탈바꿈했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포지션을 아예 변경한 건 아니다. 상황에 따라 김지찬이 2루 수비를 보는 경기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지혁 공백이 생긴 이 때가 딱 그 타이밍인 듯했다.
하지만 박진만 감독의 선택은 '그대로'였다. 박 감독은 김지찬을 그대로 중견수에 투입했고, 안주형을 선발 2루수로 낙점했다. 안주형을 선발 투입한 배경에 대해 박 감독은 "안주형이 개막전 때 주루 플레이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줬지만, 연차가 있는 선수라 다음부턴 그런 플레이가 나오지 않도록 뉘우쳤을 것이다. 선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 반전시킬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김지찬의 2루수 투입도 고려하지 않았을까. 이에 박진만 감독은 김지찬의 공격력 집중을 위해 중견수 투입을 고수했다고 전했다. 박진만 감독은 "김지찬이 수비 부담 없이 타격 장점을 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웬만하면 외야로 출전시키려고 한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삼성의 2루수 고민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안주형이 28일 LG전에서 안타 1개를 기록했지만 수비에서 조금 불안한 모습을 보였고, 강한울은 아직 타격감이 살아나지 않은 모습이다. 김동진은 이제 막 1군에 올라와(28일) 적응이 조금 더 필요하다. 류지혁이 최소 한 달간 전열에서 이탈하는 가운데, 삼성은 하루빨리 주전 2루수를 찾아야 한다.
김지찬에게도 다시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 김지찬은 "2, 3일 간격으로 내야 수비도 연습하고 있다. 계속 해왔던 포지션이기 때문에 감각도 살아있고 준비도 하고 있다"라면서 "감독님이 2루수로 출전하라고 하면 언제든 나갈 준비가 돼있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