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초반 부상 교체에 치명적인 실수와 굴절에 이은 연속 실점, 그리고 페널티킥 실축까지. 전북 현대의 올 시즌 K리그1 첫 현대가 더비는 그야말로 온갖 악재의 연속이었다.
단 페트레스쿠(루마니아) 감독이 이끈 전북은 30일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4라운드에서 울산 HD와 2-2로 비겼다. 내리 2골을 실점하며 궁지에 몰린 뒤 끝내 2골을 넣으며 가까스로 패배를 면하긴 했지만, 전북 입장에선 연이은 악재 탓 꼬이고 꼬인 경기였다.
경기 초반부터 부상 악재가 나왔다. 핵심 수비수인 홍정호가 상대 공격수와 충돌 이후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다. 결국 홍정호는 직접 걸어가지 못한 채 들것에 실려 경기장을 빠져나갔다. 경기장으로 빠져나간 뒤에도 그는 스태프에 들려 나갈 만큼 부상 정도가 심각해 보였다.
앞서 홍정호는 지난 1일 대전하나시티즌에서도 부상으로 쓰러진 뒤 교체돼 두 경기에 뛰지 못했다. 이후 다시 복귀해 경기력을 끌어올리던 상황에서 이날 다시 한번 쓰러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전북은 급하게 정태욱이 수비진을 지켜야 했다.
이후 루빅손의 슈팅이 골대에 맞거나 실점이 VAR에 거쳐 취소되는 등 거듭 가슴을 쓸어내리던 전북은 전반 21분엔 치명적인 실수에 고개를 숙였다. 왼쪽 측면에 있던 구자룡이 김진수에게 백패스를 하려던 게 이동경에게 걸렸다. 이동경은 단숨에 페널티 박스 안까지 파고든 뒤 왼발 슈팅으로 연결해 전북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 39분에는 굴절로 추가 실점까지 허용했다. 이규성의 패스를 받은 김지현의 슈팅이 정태욱의 다리에 맞고 굴절돼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김지현의 슈팅을 막기 위해 몸을 날린 정민기 골키퍼는 굴절된 슈팅 탓에 땅을 치며 아쉬움을 표출했다.
그나마 다행히 전반 추가시간 이동준의 헤더로 만회골을 넣은 전북은 후반 시작과 함께 빠른 동점골 기회까지 잡았다. 이동준이 조현우의 파울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키커로는 티아고가 나섰다. 지난 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울산과의 2023~24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의 페널티킥 실축을 만회할 기회였다. 당시 티아고의 페널티킥은 크로스바를 강타한 뒤 골대를 벗어났다.
티아고의 페널티킥은 그러나 이번에도 골대를 강타했다. 조현우 골키퍼를 완벽히 속이고 오른쪽으로 찼지만, 슈팅은 오른쪽 골대에 맞았다. 전북 입장에선 빠르게 동점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허망하게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전북은 후반 24분 가까스로 동점골을 넣었다. 이동준의 땅볼 크로스가 티아고를 거쳐 문선민의 동점골로 연결돼 울산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끝내 승부를 뒤집을 역전골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2골의 리드를 먼저 잡고 이를 지키지 못한 울산만큼이나, 그야말로 악재가 거듭된 전북 입장에서도 아쉬움이 진하게 남을 경기였다.
물론 여러 악재와 별개로 전북의 이날 전반적인 경기력은 여전히 의문 부호가 남았다. 특히 전반전 내내 단조로운 공격 패턴에 잦은 실수와 답답한 경기 운영이 이어지면서 팬들의 아쉬움을 남겼다. 공식전 7경기 연속 무승(5무 2패). 0-2로 뒤지던 경기를 2-2로 쫓아가긴 했으나, 페트레스쿠 감독의 거취는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김명석 기자 clear@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