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가 1만여 홈 관중 앞에서 FC서울과 아쉬운 무승부에 그쳤다. 경기 내내 상대를 압도하고도 아쉬운 골정력 탓에 결국 시즌 첫 승을 또 다음으로 미뤘다. 제시 린가드가 경미한 무릎 부상으로 결장한 서울은 시종일관 무기력한 경기력에 그치고도 귀중한 승점 1을 챙겼다.
강원과 서울은 31일 춘천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4라운드에서 1-1로 비겼다. 슈팅 수는 15-5, 유효 슈팅 수도 8-3으로 강원이 우위였으나 두 팀이 나눠가진 승점은 똑같이 1이었다. 이날 무승부로 강원은 개막 4경기 연속 무승(3무 1패)으로 순위를 9위로 끌어올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서울은 승점 5(1승 2무 1패)로 7위.
이날 강원은 경기 내내 서울 수비를 흔들며 경기를 주도했다. 그러나 웰링턴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양민혁의 슈팅이 연이어 골키퍼 선방에 막히는 등 좀처럼 결실을 맺지 못했다. 좀처럼 균형을 깨트리지 못하던 강원은 오히려 후반 26분 서울의 ‘철퇴’ 한방에 무너지는 듯 보였다. 경기 막판 귀중한 동점골이 나왔으나 끝내 승부를 뒤집지는 못했다.
유료관중 집계 이래 역대 처음으로 ‘매진’을 기록한 경기였기에 강원 구단 입장에선 더욱 진한 아쉬움이 남을 경기였다. 이날 경기는 이른바 린가드 효과와 맞물려 일찌감치 온라인 티켓이 완판 되는 등 일찌감치 매진이 예고됐다. 남은 900여장의 현장 판매분도 모두 팔리면서 경기장엔 1만 144명이 경기장을 찾았다. 그러나 정작 이날 서울의 린가드는 무릎 부상으로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강원은 홈팬들에게 승리를 선사하지 못하면서 아쉬움의 크기는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이날 강원은 야고와 이상헌이 최전방 투톱 공격수로 나서고, 양민혁과 웰링턴이 양 측면에 서는 4-4-2 전형으로 나섰다. 김강국과 김이석이 중원에 포진했고, 윤석영과 이기혁, 이지솔, 황문기가 수비라인에 섰다. 골키퍼는 박청효.
서울은 일류첸코가 최전방에 서고 강상우와 한승규, 조영욱이 2선에 나서는 4-2-3-1 전형으로 맞섰다. 류재문과 기성용이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이태석과 김주성, 술라카, 최준이 수비라인을, 최철원이 골문을 각각 지켰다.
경기 초반 주도권은 강원이 잡았다. 전반 8분 만에 술라카의 실수를 틈타 강원이 역습을 전개했다. 이상헌의 크로스는 그러나 기성용이 태클로 막아냈다. 서울의 수비 지역 실수가 거듭됐다. 5분 뒤엔 한승규의 패스미스를 가로챈 뒤 강원의 역습이 이어졌다. 야고의 침투 패스를 받은 양민혁의 왼발 슈팅을 최철원 골키퍼가 선방해 냈다. 문전으로 흐른 공을 웰링턴이 슈팅했지만 골대를 벗어났다.
서울은 좀처럼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그나마 전반 29분 역습 상황에서 강상우의 슈팅이 나왔으나 위협적으로 상대 골문을 노렸다기보다는 사실상 크로스에 가까웠다. 오히려 강원은 1분 뒤 웰링턴의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다시 한번 서울 골문을 노렸지만 이번에도 최철원 골키퍼의 벽을 뚫어내지 못했다. 전반 막판 야고의 슈팅마저 수비에 맞고 굴절돼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결국 전반은 득점 없이 끝났다. 전반 슈팅은 강원이 8-1로 크게 앞섰다.
하프타임 양 팀 사령탑이 모두 교체 카드를 꺼냈다. 윤정환 강원 감독은 김이석과 야고 대신 한국영과 가브리엘을 투입했다. 김기동 서울 감독도 한승규와 일류첸코 대신 팔로세비치와 박동진을 투입하며 맞섰다.
후반 2분 만에 강원이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역습 상황에서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던 웰링턴에게 기회가 왔다. 강력한 오른발 슈팅은 그러나 크로스바를 강타한 뒤 골라인을 넘지 않았다. 문전으로 흐른 공을 김강국이 재차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이마저도 골키퍼 품에 안겼다.
이후에도 강원이 강력한 압박과 유기적인 패스 플레이로 서울의 빈틈을 찾았다. 후반 15분엔 양민혁이 강력한 전방 압박으로 상대 공을 따낸 뒤 슈팅까지 연결했지만 수비에 막혔다. 서울도 3분 뒤 코너킥 상황에서 술라카의 슈팅이 나왔으나 골대를 외면해 아쉬움을 삼켰다.
강원이 주도권을 쥔 채 공세를 펼치는데도 이어지던 팽팽한 0의 균형은 오히려 서울이 깨트렸다. 후반 26분 상대 진영에서 공을 차단한 뒤 잡은 공격 기회.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조영욱의 크로스를 교체 투입된 윌리안이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윌리안은 이날 경기가 올 시즌 첫 경기였는데, 첫 경기부터 골망을 흔들었다. 이날 서울의 세 번째 슈팅이 득점으로 연결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강원으로선 허무할 수밖에 없는 경기 흐름이었다. 이른바 ‘철퇴’ 한방에 리드를 빼앗긴 강원은 총공세를 펼치며 동점골을 노렸다. 그리고 후반 40분 이상헌이 균형을 맞췄다. 가브리엘이 페널티 박스 정면에서 찬 슈팅을 골키퍼가 쳐내 문전으로 흐르자 이상헌이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이제 다시 균형을 깨트리기 위한 공방전이 이어져야 할 시점. 강원은 이지솔이 두 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당하는 악재를 맞았다. 그래도 강원은 공격에 무게를 두며 호시탐탐 역전골을 노렸다. 그러나 끝내 서울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서울도 수적 우위를 통한 역전을 노렸으나, 추가시간 술라카가 상대의 결정적인 역습 기회를 저지하면서 레드카드를 받았다. 결국 경기는 1-1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같은 결과지만 경기 후 두 사령탑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김기동 서울 감독은 무승부 결과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김 감독은 “강원이 잘 준비한 것 같다. 우리가 의도한 대로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우리가 자폭할 수도 있는 경기였는데, 비긴 것만으로도 다행스러운 경기였다. 감독인 제가 준비를 더 잘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수비진에서 실수가 너무 많이 나왔다. 빌드업 상황에서 나오지 말아야 할 실수들이 나왔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도 위축이 됐다. 잔디 상태마저 드라이해 선수들도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질 수도 있는 경기였다. 그런 경기에서 어웨이에서 1점이라도 딴 것에 만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윤정환 강원 감독은 진한 아쉬움을 삼켰다. 그는 “많은 분들이 경기장에 찾아주셨는데 결과가 아쉽게 됐다. 경기 주도권을 가져가면서 경기를 잘 풀어나갔다고 본다. 찬스도 많이 잡았지만 마지막 중요한 시기에 항상 실수가 나온다”면서도 “너무 아쉬운 부분들이 많은 경기였다”고 했다.
이어 윤 감독은 “그래도 충분히 나아질 거라고 본다. 경기 내용 면에서도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부분에 대해선 인지를 잘하고 있다. 서울을 상대로 이런 경기력을 가져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변화”라면서 “단지 결과를 가져와야 되는데, 결정력이 미흡한 부분들이 있는 건 확실하다. 훈련을 통해 개선을 해야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