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현빈은 지난 3월 정규시즌 8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0.346 출루율 0.471을 기록했다. 1번 타자에 필요한 덕목에서 모두 만점을 받은 셈이다.
처음부터 1번 타자는 아니었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올해 스프링캠프, 시범경기 동안 1번 타자 주인을 정하지 못했다. 앞서 최 감독은 요나단 페라자를 2번 타자로 일찌감치 점찍었다. 지난해 활약한 채은성, 노시환에 이어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안치홍으로 3~5번 타순을 꾸렸다. 1번 타자에 대해 물으면 최 감독은 "페라자 앞에는 출루율이 좋은 타자를 쓰겠다"며 말을 아꼈다.
마땅한 후보가 없었던 탓이다. 지난해 순출루율 0.095를 기록한 이진영, 2021년 105볼넷 출루율 0.407를 기록했던 정은원의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았다. 그 빈자리를 문현빈이 채웠다. 문현빈은 1번 출전 시 타율이 0.462에 달한다. 7연승을 만든 31일 경기에서는 생애 첫 4안타 경기까지 만들었다.
문현빈은 7연승 후 구단 인터뷰를 통해 "팀이 연승 중이었고, 오늘 (후배) 황준서가 던지는 날인 만큼 많이 출루하려고 했다. 팀에 보탬이 되길 바랐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안타) 개수는 의식하지 않았다. (마지막 타석은) 1아웃 주자 3루였는데, 외야 플라이만 쳐도 점수가 나올 수 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쳤더니 생각보다 멀리 날아가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전했다.
문현빈은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그는 루키 시즌이었던 지난해 114안타를 때려냈다. 김재현, 이승엽, 박진만, 이정후, 강백호 등에 이은 역대 8번째 고질 신인 100안타 기록이었다. 수비에서도 최원호 감독의 신뢰를 받고 있다. 최 감독은 2루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정은원과 안치홍을 각각 외야, 1루수로 옮긴 후 문현빈을 주전 2루수로 낙점했다. 개막전에서 실책을 범했지만, 에이스 류현진의 위로를 받은 후 공·수에서 더 탄탄해졌다.
최원호 감독은 "당분간 (1번에) 현빈이를 계속 쓴다"고 했다. 하나 남은 조각이 채워지니 타선도 유기적으로 이어진다. 문현빈(콘택트·출루) 페라자(파워·콘택트·라인드라이브 히팅) 채은성(풀 히팅) 노시환(풀 히팅) 안치홍(중장거리)까지 상위타선의 유형이 각자 다르다. 비슷한 유형인 채은성과 노시환이 동시 부진하면 무너졌던 지난해와 달리 투수를 괴롭히기 충분하다.
그 결과 지난해 최하위였던 한화 타선이 180도 달라졌다. 2023년 타율 0.241 604득점(이상 10위)였던 한화는 올 시즌 초 타율 0.291(2위) 54득점 득점권 타율 0.380(이상 1위) 9홈런(3위)으로 최상위권에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