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은 없었다. 전북 현대가 단 페트레스쿠(루마니아) 감독의 자진 사퇴 이후 첫 경기에서도 개막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한 채 뼈아픈 패배를 당했다. 6경기 연속 무승(3무 3패)으로 분위기 반전에 실패했다. 여전히 리그 순위는 최하위다.
박원재 감독대행이 이끈 전북은 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6라운드 홈경기에서 강원FC에 2-3으로 졌다. 이날 패배로 전북은 개막 6경기 연속 무승,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포함 공식전 9경기 연속 무승(5무 4패)의 흐름을 끊어내는 데 실패했다. 전북의 올 시즌 처음이자 마지막 공식전 승리는 지난 2월 14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AFC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이다.
전날 성적 부진을 이유로 페트레스쿠 감독이 자진 사임한 뒤 치른 첫 경기여서 전북의 분위기 반전 여부에 많은 관심이 쏠린 경기였다. 페트레스쿠 감독은 지난 3일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 패배 후 성적 부진을 책임지고 사퇴 의사를 밝혔고, 구단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결별이 확정됐다. 지난해 6월 부임 후 1년도 채 동행을 이어가지 못한 채, 승강제 도입 이후 K리그1 개막 최소 경기 사퇴라는 불명예 기록까지 썼다. 이날 경기는 감독대행 역할을 맡은 박원재 코치를 비롯해 조성환·최은성 등 국내 코치진이 대신 지휘했다.
개막 5경기 만에 감독이 물러난 만큼 선수단 역시도 성적 부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감독의 사퇴 영향을 어떠한 변화로 보여주느냐가 관건이었다. 감독 사임 발표 다음날 열린 경기라 전술적으로 큰 변화를 기대하긴 어렵더라도, 2만여 홈팬들 앞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
이재익이 리그 4경기, 비니시우스·이영재도 3경기 만에 선발로 복귀하는 등 라인업엔 일부 변화가 이뤄졌다. 다만 경기 내용면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았다. 이날 전북의 첫 번째 슈팅은 전반 26분에야 나왔다. 전방 압박 이후 송민규의 패스를 받은 전병관의 슈팅이 수비에 맞고 굴절됐고, 이어진 비니시우스의 슈팅은 빗맞았다.
3분 뒤 결정적인 득점 기회마저 놓쳤다. 이동준이 측면 돌파 후 컷백을 내줬고, 전병관이 오른발 논스톱 슈팅으로 연결했다. 골키퍼가 이동준의 돌파를 막느라 골문을 비운 상황. 전병관의 슈팅은 그러나 골대에 맞고 아웃됐다.
기회를 놓친 전북은 오히려 일격을 맞았다. 전반 41분 야고의 강력한 슈팅을 정민기 골키퍼가 잡지 못해 문전으로 흘렀고, 이를 황문기가 쇄도하다 골키퍼에 걸려 넘어지면서 페널티킥(PK)이 선언됐다. 키커로 나선 이상헌이 골키퍼를 완벽하게 속이며 리그 6호골을 터뜨렸다.
전북도 전반 추가시간 PK로 동점을 만들었다. 김태환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가 윤석영의 팔에 맞았다는 주심의 판정과 함께 PK가 선언됐다. 느린 화면에선 윤석영이 뻗은 팔이 아닌 몸에 붙인 팔에 맞았으나, 주심은 온 필드 리뷰를 거치고도 전북의 PK 판정을 그대로 유지했다. 강원 입장에선 억울할 수밖에 없었던 판정. 키커로는 PK를 얻어낸 김태환이 직접 나서서 마무리했다.
선제 실점 이후 빠르게 균형을 맞춘 전북은 후반 역전골을 위해 강원과 공방전을 벌였다. 후반 11분엔 티아고와 문선민이 동시에 투입되는 등 전방에 무게를 뒀다. 다만 전북의 공격은 무디기만 했다. 강원의 수비를 뚫고 결정적인 기회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오히려 강원이 균형을 깨트렸다. 후반 24분 센터백 강투지가 최후방부터 드리블을 하다 단숨에 페널티 박스 근처까지 진입한 뒤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강투지의 돌파를 전북 선수들은 누구도 막지 못했다. 강투지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은 그대로 전북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전북 입장에선 뼈아픈 실점이었다.
이어 4분 뒤 강원이 승부에 쐐기까지 박았다. 오른쪽 측면에서 볼 경합을 이겨낸 조진혁이 역습을 전개해 야고에게 패스를 전달했다. 야고의 패스를 받은 이상헌의 첫 슈팅은 정민기 골키퍼 선방에 막혔지만, 이상헌은 흐른 공을 놓치지 않고 전북 골망을 흔들었다. 이상헌은 앞서 6호골에 이어 이날 7호골까지 터뜨리며 멀티골을 달성했다.
궁지에 몰린 전북은 후반 32분 박창우와 맹성웅을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이에 질세라 윤정환 강원 감독은 멀티골을 터뜨린 이상헌을 빼고 수비수 이지솔을 투입하며 ‘승리 굳히기’에 나섰다. 전북은 후반 추가시간 7분에야 송민규의 패스를 받은 문선민의 골로 만회골을 터뜨렸지만, 남은 시간이 부족했다. 결국 경기는 강원의 3-2 승리로 막을 내렸다.
강원은 지난 대구FC전 3-0 완승에 이어 2연승을 달리며 뚜렷한 상승세를 탔다. 시즌 초반부터 인상적이었던 경기력에도 결과를 내지 못하다, 최근 2연승을 달리며 결과까지 내기 시작했다. 반면 페트레스쿠 감독 사퇴 이후에도 홈팬들 앞에서 또 고개를 숙인 전북은 최근 2연패 포함 개막 6경기 무승, 나아가 최하위 탈출 실패라는 씁쓸한 결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