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종(35·키움 히어로즈)의 별명은 '광토마(미친 적토마)'다. LG 트윈스 소속이었던 2017년, 몸을 내던지며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하는 모습에 감명받은 팬들이 지어줬다. 팀 레전드 이병규(현 삼성 라이온즈 수석코치) 만큼 활약해 주길 바라는 염원도 담겨 있었다.
지난해 광토마는 멈춰 섰다. 타율 0.215·3홈런·37타점에 그쳤다. 키움과 4년 총액 20억원에 퓨처스 자유계약선수(FA) 계약하고 치른 첫 시즌이었지만, 몸값을 하지 못했다. 2번이나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2024시즌 초반 이형종은 좋은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따. 출전한 16경기에서 타율 0.333·4홈런·17타점을 기록했다. 이미 지난 시즌 홈런을 넘어섰고, 팀 내 가장 많은 타점을 올렸다. 지난달 29일 고척 LG전부터 13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기도 했다. 키움은 최약체 평가를 비웃고 15일 기준으로 단독 3위(11승 6패)에 올라 있다.
이형종은 "지난해 9월 2군으로 내려갔을 때부터 다음 시진을 준비했다. 쉬지 않고 웨이트 트레이닝과 기술 훈련을 소화했다. 그 어느 해보다 독한 마음으로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올 시즌 초반 좋은 성적에 대해서는 "초반 몇 경기에서 내야 안타와 텍사스 안타가 나와 타율을 유지했고, (4일 삼성 라이온즈전에서) 첫 홈런이 나온 뒤 자신감이 커진 것 같다. 어퍼컷 스윙에서 레벨 스윙으로 바꾸고, 이전과 달리 배트 노브를 쥐지 않는 스윙으로 콘택트 위주 타격을 하려고 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형종은 키움이 개막 4연패를 끊은 지난달 30일 LG전에서 결승타 포함 2안타를 쳤다.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 앞 단상에 올라 수훈 선수 인터뷰에 나선 그는 키움팬 응원에 눈물을 보였다. 지난 시즌 부진으로 마음의 부채가 컸지만, 변함 없는 환대를 받자 울컥했던 것.
이형종은 "'울지 말아라'라는 팬들의 연호를 듣고 오히려 더 눈물이 많이 난 것 같다. '반드시 (키움의) 5강 진입으로 보답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이형종은 "부상을 많이 당해서 나도 모르게 몸을 사리고 있더라. 올 시즌은 더 전투적으로 경기를 치르며 트라우마를 지우려고 한다. 별명(광토마)처럼 많이 뛰고, 후회 없는 시즌을 만들고 싶다"라는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