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몰린 수원 KT가 안방에서 창원 LG를 꺾고 챔피언결정전 진출 희망을 살렸다. 두 팀은 최종 5차전에서 길고 긴 승부의 끝을 볼 전망이다.
KT는 22일 수원 KT 아레나에서 열린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 4차전에서 LG를 89-80으로 이겼다.
2승씩 나눠 가진 두 팀의 5차전은 24일 오후 7시 LG의 홈구장인 창원체육관에서 열린다. 마지막 맞대결에서 챔피언결정전 진출 팀이 가려진다. 두 팀 중 승자는 부산 KCC와 올 시즌 통합 우승팀을 가린다.
4강 PO 1차전에서 부진했던 허훈이 수세에 몰린 KT를 살렸다. 6강 PO 맹활약으로 큰 기대를 모았던 허훈은 LG와 첫판에서 2점에 그쳤다. 2차전과 3차전에서는 각각 8점, 12점을 기록하며 차츰 살아났다.
마지막이 될 수 있었던 4차전을 앞둔 송영진 KT 감독은 “(허훈의 허벅지가) 안 좋긴 한데 괜찮다. 문제는 제 컨디션을 못 찾는 중인 것 같다. 오늘 아침에도 미팅을 했는데 아픈 것보다 밸런스나 예전 컨디션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를 표했다.
허훈은 보란 듯 훨훨 날았다. 18점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KT의 값진 승리를 이끌었다. 무엇보다 특유의 과감한 돌파로 파울을 여덟 차례 끌어내는 등 코트 위에서 존재감이 가장 돋보였다. 무뎌진 슛감이 다시금 날카로워진 것도 호재다.
KT는 더블더블(32점 14리바운드)을 작성한 패리스 배스도 제몫을 다했다. 배스는 4쿼터에만 외곽포 두 방을 터뜨리며 LG의 의지를 꺾었다. 10점 6리바운드를 기록한 마이클 에릭 등 외국인 선수도 승리에 기여했다.
13점 8리바운드를 기록한 LG 아셈 마레이의 활약은 빛바랬다. 마레이는 추격이 급한 4쿼터 초반에 다섯 번째 반칙을 범하며 일찍이 경기를 마쳤고, 결국 LG는 동력을 잃었다. 양홍석 역시 18점 6리바운드를 올리며 공격을 이끌었지만, 승리를 가져오진 못했다.
LG가 마레이의 2점슛으로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KT는 한희원과 배스의 외곽포가 터지며 LG와 시소게임을 이어갔다. LG는 마레이의 덩크슛으로 12-12 동점을 만들며 분위기를 탔다.
LG는 19-20 상황에서 유기상의 3점슛으로 역전에 성공, 분위기를 이어가는 듯했다. 그러나 KT 역시 문정현의 외곽포와 허훈의 2점슛을 엮어 재역전, 1쿼터를 27-24로 앞선 채 마쳤다.
앞선 1·2차전에서 부진했던 ‘에이스’ 허훈의 3점슛이 2쿼터에 림을 가르며 KT가 격차를 벌렸다. KT는 정성우의 석 점과 허훈의 자유투를 엮어 10점 차로 달아났다. 한동안 양 팀의 슛이 림을 외면했다. KT의 마지막 공격에서 문정현이 쏜 3점슛이 림을 가르며 KT가 48-37로 리드를 쥔 채 전반을 끝냈다.
후반 들어 LG의 거센 추격이 시작됐다. 유기상의 3점슛에 이은 커닝햄의 연속 득점으로 KT를 쫓아갔다. 하지만 KT는 좀체 리드를 내주진 않았다. 한때 5점 차까지 격차가 좁혀졌지만, KT는 허훈과 문정현의 연속 득점을 엮어 격차를 벌렸다.
설상가상으로 LG는 작전 타임 이후 이어진 공격에서 어이없게 턴 오버를 범했고, 물오른 허훈의 득점으로 연결됐다. KT는 허훈과 배스가 과감한 드리블로 연이어 LG의 반칙을 유도하며 자유투로 차곡차곡 포인트를 쌓았다. LG는 3쿼터 막판 커닝햄의 자유투와 이관희의 외곽포로 추격의 불씨를 살렸다.
LG는 4쿼터에도 양홍석과 구탕을 앞세워 KT를 바짝 따라붙었다. 그러나 마레이가 다섯 번째 반칙을 범하며 코트에서 물러나며 추격 의지를 잃었다. 남은 시간 배스가 LG 골 밑을 장악하며 경기를 매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