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투수 원태인은 지난 21일 대구 KT 위즈전에서 아찔한 상황을 맞았다. 이날 경기 도중 갑자기 찾아온 허리 통증에 주저 앉아 한참을 고통스러워 했던 것. 정민태 투수코치와 트레이닝 코치가 급하게 마운드에 올라 원태인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원태인은 다시 일어났다. 몇 차례 연습 투구 후 투구를 이어간 그는 5회까지 공을 던지며 선발 역할을 다 해냈다.
결과는 5이닝 3실점. 토종 에이스 원태인에게 바란 성적은 결코 아니었지만, 원태인이 최소 실점으로 초반을 잘 막아준 덕분에 삼성은 막판 동점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 이날 삼성 타선은 KT 선발 육청명에게 꽁꽁 묶이며 1-5까지 끌려가다 8회 말 빅이닝으로 동점을 만들어 연장까지 승부를 끌고 갔다. 경기는 11회 3실점으로 삼성이 패했지만, 타선의 뒷심과 원태인의 투혼이 빛난 경기였다.
박진만 삼성 감독도 원태인의 '에이스' 면모를 칭찬했다. 이튿날(22일) 박진만 감독은 "원태인이 허리가 좋지 않았는데도 잘 버텼다. 원태인이 초반에 잘 버텨준 덕분에 후반에 홈런이 나오면서 따라갈 수 있었다"라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박 감독은 "투수가 매 경기 좋은 컨디션으로 등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원태인이 어제는 좋은 상태가 아니었는데도 5이닝을 잘 막아줬다. 점점 더 (에이스로서) 성숙해지는 것 같다"라고 박수를 보냈다.
박진만 감독은 문득 이호성을 떠올렸다. 프로 2년차, 차세대 '푸른 피 에이스'로 성장 중인 이호성은 지난 19일 대구 한화전에서 2와 3분의 1이닝 10실점으로 부진한 바 있다. 강판 후 더그아웃에서 이호성은 고개를 숙이며 상심한 모습도 보였다. 이에 박진만 감독은 21일 "선수가 매 경기 컨디션이 좋을 순 없다.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의 경기 운영 능력을 더 키워야 한다"며 "흔들렸을 때 이겨나갈 수 있도록 경험을 쌓고 심적으로 강해져야 한다"라고 격려한 바 있다.
이튿날 원태인의 이야기가 나오자, 박진만 감독은 이호성을 다시 언급했다. 박 감독은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도 제 역할을 다한 원태인의 이런 모습이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이호성 등 젊은 선수들이 배워야 할 모습이다"라며 강조했다. '푸른 피 에이스'로 성숙해진 원태인처럼, 이호성도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 미래의 에이스로 거듭나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