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움이 넘치고 웃음이 가득해야 할 축구인 골프대회가 ‘고민의 장’이 됐다. 올해 한국축구가 연이어 쓴맛을 본 터라 축구인들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대한축구협회(KFA)·프로축구연맹·울산 HD·포항 스틸러스가 주최하고 일간스포츠·스포츠조선·스포츠경향·스포츠동아·스포츠서울·스포츠월드 스포츠전문 미디어 6개사가 후원하는 2024년 축구인 골프대회가 3일 경기도 용인 골드CC에서 열렸다.
정오를 넘겨 본격적으로 시작된 골프대회는 K리그나 국가대표 전·현 감독들을 비롯해 행정가, 언론사 임직원, 전·현직 선수 등 70여 명이 참가했다. 이번 대회는 숨겨진 홀에 핸디캡을 부과하는 신페리오 방식으로 진행됐다. 4명씩 한 조를 꾸려 코스를 돌아 최종 순위를 가렸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이한 축구인 골프대회는 여느 때처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지만, 한국축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공기는 무거워졌다.
한국은 지난 2월 우승을 외친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4강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다. 지난 4월에는 9회 연속 나갔던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 씁쓸한 한국축구의 현주소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002 한일 월드컵 4강 주역인 이운재 해설위원은 “(아시안컵 4강 탈락은) 축구인으로서 안타깝다. 하지만 이를 통해 선수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어떻게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프로그램이 구축되길 바란다”면서 “내가 올림픽과 인연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올림픽) 진출 실패가 더욱 뼈아프고 가슴 아프다”고 심정을 밝혔다.
과거 23세 이하(U-23) 대표팀을 이끌었던 김호곤 전 감독은 “이번 올림픽만 있는 게 아니니까 무엇이 문제인지 빨리 체크해야 한다. 올림픽에 계속 진출하는 것이 참 어렵긴 하다. (문제를) 묻고 가서는 안 된다. 안일한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축구의 몰락으로 책임을 피하지 못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은 “(4선 도전과 관련해) 내가 직접 말한 것도 아닌데 너무 많은 얘기가 나온다. 지금 내가 말할 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숨겨진 홀에 핸디캡을 부과하는 신페리오 방식으로 가린 우승자는 곽태휘 전 청두 룽청 코치(69타)가 차지했다. 2위 이흥실 대한축구협회 대회분과위원장(69.8타)은 3위 이운재 해설위원(70.2타)을 제쳤다.
최저 타수를 기록한 사람에게 주는 메달리스트상은 이장관 전남 드래곤즈 감독(3언더파 69타)이 받았다. 롱기스트상은 고요한(280m) 니어리스트상은 김현주 충북청주FC 대표(1.2m)의 몫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