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진행된 KBO리그 단장 워크숍에선 아시아쿼터제가 논의됐다. 쉽게 말해 일본 독립리그나 대만 프로야구 선수를 '아시아쿼터'로 영입해 기용하는 방법이다.
KBO리그는 그동안 적지 않은 외국인 선수 제도 변화를 거쳤다. 2022년부터 시행하기로 한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는 사실상 사문화됐다. 기존 외국인 선수 3명 이외 투수와 야수 1명씩 최대 연봉 30만 달러(4억원)를 주고 추가로 영입하는 제도인데 실효성이 떨어지니 어느 구단에서도 제도를 활용하지 않았다.
올 시즌부터는 외국인 선수가 6주 이상 부상으로 이탈하면 대체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 있다. 실제 지난달 22일과 29일, SSG 랜더스와 KIA 타이거즈가 일본 독립리그 출신 시라카와 케이쇼, 마이너리그 트리플A 소속 캠 알드레드를 각각 데려왔다. 시즌 시작 두 달 만에 2개 구단이 제도를 활용했으니 육성형 외국인 선수 제도보다 낫다는 얘기가 나온다. 다만 부상 선수가 6주 만에 돌아온다면 짧은 시간 활약을 해야 하므로 적응 기간이 긴 타자는 대체 외국인 선수에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아시아쿼터제는 1명의 외국인 선수 정원이 늘어난다는 점이 있긴 하지만, KBO리그 외연을 확대하면서 기대 이상의 선수를 수급할 수 있다. 2018년 NC 다이노스는 메이저리그(MLB) 출신 대만 국적 투수 왕웨이중을 영입했다. 당시 왕웨이중의 한국행은 큰 화제였고 대만에서 KBO리그 중계권을 구입해 매일 1경기 TV 및 유무선 생중계를 한 바 있다. 하지만 이후 대만 선수의 추가 진출은 이뤄지지 않았다. 여러 면에서 미국이나 중남미 선수를 대체하는 게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KBO리그는 외국인 선수 보유에 제한이 있는 만큼 외국인 선수 정원의 한 자리를 대만 선수로 채우려면 만만치 않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런 면에서 아시아쿼터는 꽤 흥미롭다. 아시아쿼터제를 도입하면 일본 독립리그, 대만 프로야구는 물론이고 일본과 대만 국적의 빅리그 출신 선수도 KBO리그에서 뛸 가능성이 생긴다. 대체 외국인 선수 제도는 시즌 중 선수가 결정되기 때문에 왕웨이중 사례처럼 KBO리그가 중계권을 판매할 여지가 없지만 아시아쿼터는 일찌감치 선수를 확정할 수 있어 새로운 비즈니스가 가능해진다.
종합해 보면 여러 가지 외국인 선수 제도 중 아시아쿼터제가 KBO리그의 외연 확대와 구단 이익에 가장 부합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볼거리 측면에서도 한국, 일본, 대만 야구 선수들을 한 곳에서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의 적극적인 협조와 논의가 필요하지만 과감하게 문호를 개방해 보는 게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