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돌아온 KBO리그. 이제 한화 이글스 마운드에서 류현진(36)보다 선배는 한 명도 없다. 그는 에이스이자, 최고참으로 투수진을 이끌고 있다. 단체 활동이 필요할 땐 앞장서야 하는 자리다.
지난 5일 수원 KT 위즈 원정에서 발생한 벤치 클리어링(벤클) 상황이 그랬다. 한화 투수 박상원이 12-2, 10점 앞선 8회 투구에서 삼진을 잡고 과한 세리머니를 해 상대를 자극했고, 경기 뒤 KT 황재균이 그를 지목해 불러 묘한 분위기가 조성된 뒤 결국 양 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충돌했다.꼰대 논란을 일으킨 황재균의 자세, 격분한 장성우의 모습 탓에 5일 벤클 관련 야구팬 반응은 크게 갈린다. 하지만 김경문 한화 감독이 직접 인정할 만큼 박상원의 모습은 불문율을 위배한 것이었다. 논란에 부채질을 할까 봐 말을 아낀 이강철 KT 감독도 "그 상황에서 (고참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이상한 팀"이라는 생각을 전했다.
류현진도 마찬가지다 그는 "어떻게 보면 우리가 잘못한 것이기 때문에 미안하다는 얘기를 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벤클에 앞장선 건 이제 자신이 후배들을 이끌어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그저 흥분한 선수들을 가라앉히려고 나갔다. 당연히 (벤클 상황에선)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류현진은 사후 조처도 잘 했다. 1987년생 동갑이자 친분이 깊은 황재균에게 전화해 박상원의 진심과 한화의 입장을 다시 전했다. 류현진은 "그냥 (황)재균이한테 '진짜 너네 자극하려고 한 게 아니다. 좋게 풀자'라고 얘기했다"고 귀띔했다.
한화-KT 벤클 논란은 6일 경기를 앞두고 박상원이 KT 더그아웃을 찾아가 직접 사과하며 일단락됐다. 한화 입장에선 신임 감독(김경문 감독) 팀 고참과 중간 서열 그리고 20대 초반 젊은 선수들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도 됐다.
안희수 기자 anheesoo@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