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에 KPGA선수권대회에 나선 한국 골프의 레전드 최상호(69)가 올해 대회 일정을 모두 마쳤다. 그는 인터뷰에서 "오랜만에 출전해 정말 긴장됐다"며 웃었다.
최상호는 7일 경남 양산시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1)에서 이어진 제67회 KPGA 선수권대회(총상금 16억원) 2라운드에서 버디 2개, 보기 3개, 더블보기 1개를 묶어 3오버파 74타를 기록했다. 중간합계 10오버파 152타의 최상호는 컷을 통과하지 못하고 대회를 마무리했다.
- 이번에 출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또 1, 2라운드 경기를 마친 소감은 어떤지.
"올해 새로 취임하신 김원섭 회장님께서 ‘출전하시면 KPGA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하셔서 나오게 됐다. 기쁜 마음으로 KPGA 선수권대회에 나왔고 내 골프 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이틀이었다. 목표는 한 라운드에 4오버파 정도 기록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1, 2라운드 10오버파를 쳤으니 내 계산보다 2타를 더 친 것이다(웃음). 오랜만에 투어에 출전하게 돼서 정말 긴장도 됐고 고군택, 김한별 선수와 함께 플레이 했는데 힘들기도 했다. 나보다 거리가 40야드 정도 더 나가고 걸음도 빠르다. 그러다 보니 힘도 들어가고 빨리 쫓아가려고 애썼다."
-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김한별 선수가 아까 라운드 후 이것저것 물어봤다(웃음). 이틀 동안 치면서 이야기도 많이 했다. 내 경험에 빗대어 여러가지 조언을 해줬다. 내가 골프 클럽을 잡은 지 54년 정도 되는데 나도 아직까지 골프가 어렵다고 생각한다. 골프는 인생과 비슷하다. 그래서 골프가 대중에게 인기가 많은 것 같기도 하다."
- 최근에는 어떻게 운동하고 있는지?
"주 3~4회 정도 라운드를 한다. 그러다 보니 라운드에 지장이 가는 것을 하지 않고 건강에 신경을 쓰게 된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따로 하지 않는다. 집에서 스트레칭이나 스윙 연습을 한다. 내 생각에 골프는 바깥 근육을 키우면 안 된다. 안쪽 근육을 발달시켜야 한다. 근육을 키우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 얼마전 최경주 선수가 SK텔레콤오픈에서 우승하면서 KPGA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경신했다.
"시원섭섭하다(웃음). 하지만 기록이란 깨지기 마련이다. 내가 갖고 있는 기록들을 빨리 깨야 투어와 선수 모두 발전한다."
- 43승의 최다 승 기록은 깨지기 어려울 것 같은데?
"사실 43승을 이뤄낼 당시에는 국내 무대에만 집중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기록이다. 나도 해외투어 도전을 여러 번 해봤는데 당시에는 차별도 많았고 힘들었다."
- 코스 세팅을 어렵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코스 세팅을 쉽게 해야 팬들이 투어에 관심을 더 갖게 된다는 말도 있는데?
"선수들이 글로벌 투어로 가려면 코스의 난도가 높아야 한다. 지금 세계 골프투어 흐름 상 국내서만 안주할 때가 아니다. 코스 세팅은 PGA투어에 걸 맞게 진행되야 한다. KLPGA 투어를 보는 시청자들이 ‘KPGA 투어는 버디나 이글 등이 많이 나오지 않아 남자 선수들이 못한다’라는 말도 있는데 황당하다. 이번 대회에 이틀 경기를 해보니까 핀 포지션이 상당히 어렵다. 이렇게 가야 선수들의 기량이 올라선다. 난도가 높게 세팅해야 PGA투어 우승을 할 수 있다."
- 골프 인생에서 가장 보람찼던 것을 꼽아보자면?
"아무래도 43승까지 쌓은 것이 아닐까 한다. 후배들이 내 기록을 깨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 같다(웃음)."
- 이번 대회 1라운드 티샷 할 때 그리고 2라운드 9번홀의 마지막 퍼트 때 마음이 어땠는지.
"어제 1라운드 티샷 전에는 갤러리들이 환호가 컸다. KPGA 직원이 내 우승 기록 등에 대해 설명해주니까 팬들이 ‘와!’, ‘와!’ 하면서 놀랐다. 그러다 보니 긴장이 됐다. 오늘 9번홀 마지막 퍼트는 홀까지 약 1m 정도 남았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내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이 좀 있었다. ‘이게 들어가지 않으면 어쩌지?’라는 생각부터 들었다(웃음)."
- 향후 계획은?
"이번 ‘KPGA 선수권대회’ 출전이 사실상 KPGA 투어 마지막 출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만큼 정말 의미 깊은 출전이었다. 앞으로 계획은 골프계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이 있으면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