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외국인 투수로 KIA 타이거즈에 영입된 캠 알드레드(28)가 호투 도중 무너지면서 4실점하고 데뷔전을 마쳤다.
알드레드는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 맞대결에 선발 등판했다. 직구는 최고 148㎞/h를 찍었다. 그는 첫 2이닝 동안 무실점하며 기대를 모았지만, 이후 무너져 3이닝 6피안타 3사사구 4탈삼진을 기록하고 6실점으로 투구를 마무리했다.
알드레드는 KIA가 윌 크로우의 대체 선수로 영입한 왼손 투수다. 계약 총액 32만 5000 달러로 대체 외국인 투수로는 상당한 규모. 명목은 일시 대체지만 팔꿈치 수술로 사실상 시즌 아웃된 크로우를 대체하는 교체 선수나 다름 없다.
KIA는 알드레드의 호투가 필요했다. 크로우뿐 아니라 이의리마저 팔꿈치 수술로 이탈하며 선발진 공백이 커진 상황. 이범호 감독은 8일 알드레드의 등판에 앞서 70~80구로 투구 수를 예고했다. 이 감독은 "선수 본인도 미국에서 70~80구 안팎으로 로테이션을 계속 돌아 괜찮다고 한다. 경기를 고전하더라도 투구 수는 채운다. 100구를 채우면서 로테이션을 계속 돌아주는 게 첫 번째다. 투구 수를 올려가야 불펜 투수들도 좀 쉴 수 있다"고 전했다.
구위를 묻는 질문에는 "불펜 피칭할 때 인터뷰 중이라 눈으로 보진 못하고 영상을 봤다. 코치님들께서 다 보셨다. (야수 출신인) 내가 본다고 뭘 알겠나"라고 웃으면서 "그래도 피칭할 때 집중하려는 모습이 보이더라. 한국야구에 적응만 하면 괜찮은 투구를 보여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첫 두 이닝은 기대에 부응했다. KIA 타선이 1회 초와 2회 초 각각 두 점씩을 낸 가운데 알드레드는 두산 타선을 두 이닝 동안 봉쇄했다. KBO리그 첫 상대로 헨리 라모스를 만난 알드레드는 낫아웃 삼진으로 출발했고, 2사 후 양의지에게 안타는 맞았으나 왼손 타자 김재환에게 직구-슬라이더 조합으로 가볍게 헛스윙 삼진을 얻어 첫 이닝을 마무리했다.
총 넉 점을 안고 나선 2회 말도 깔끔했다. 1회 직구-슬라이더, 투심-체인지업 조합을 고루 쓴 그는 2회 첫 타자 양석환에겐 투심-체인지업으로 상대해 3구로 범타를 유도했다. 이어 김기연을 상대로는 몸쪽으로 꺾여 들어가는 슬라이더로 루킹 삼진을 이끌었다. 몸에 맞는 깊은 슬라이더에도 김기연이 속을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삼자 범퇴로 2회를 마쳤지만 3회부터 알드레드는 크게 흔들렸다. 3회 말 1사 후 조수행에게 볼넷을 내준 그는 조수행의 도루, 라모스의 적시타로 선취점을 내줬다. 추가 실점은 없었으나 허경민에게도 2루타를 맞았다. 앞선 두 이닝과 경기 흐름이 전혀 달랐다.
결국 폭탄이 4회 터졌다. 3회 말 선두 타자 양석환에게 슬라이더를 공략당해 안타를 맞은 알드레드는 그대로 무너졌다. 연속 볼넷으로 무사 만루 위기에 놓였다. 이유찬에게 약한 타구를 유도했지만, 공이 중견수 앞에 뚝 떨어지며 적시타가 됐다. 이어 조수행에게도 땅볼성 타구를 유도했으나 투수를 거쳐 유격수, 2루수 사이를 절묘하게 빠져 나가는 적시타로 둔갑했다.
KIA는 경기 전 예고한 투구 수를 채운 알드레드를 결국 강판했지만, 두산으로 뒤집어진 경기 흐름까진 되돌리지 못했다. 두산은 구원 등판한 임기영을 상대로 라모스가 희생 플라이를 때렸고, 조수행의 도루와 양의지의 2타점 2루타로 끝내 역전을 이뤄냈다. 책임 주자가 모두 들어온 알드레드의 자책점도 6점까지 불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