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당분간 세이브 상황 때 김택연(19)이 준비한다. 홍건희(32)는 당분간 조금 더 앞에서 대기한다. 조금 더 편할 때 던지면서 구위도 살리고, 정신적으로도 편안하게 던지게 하겠다."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결국 김택연 마무리 카드를 꺼냈다.
이승엽 감독은 13일 잠실 한화 이글스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홍건희가 최근 주춤해 오늘은 앞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당분간 조금 더 편할 때 던지면서 구위도 살리고, 정신적으로도 편안하게 던지게 하겠다"고 전했다. 이 감독은 "오늘부터는 김택연이 세이브 상황을 준비한다"고 예고했다.
예견된 일이다. 이미 김택연의 구위는 두산 불펜 통틀어 으뜸이었다. 올 시즌 30경기 30과 3분의 2이닝을 소화한 김택연은 2승 2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64를 기록 중이다. 평균자책점은 2.10인 홍건희가 더 낮지만,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에서 차이가 많이 난다. 홍건희가 25와 3분의 2이닝 동안 4사구 15개, 탈삼진 20개를 기록했는데 김택연은 30과 3분의 2이닝 동안 4사구 17개와 탈삼진 35개를 기록했다. 9이닝당 탈삼진 10.27개로 두산 불펜 중 단연 으뜸이다. 150㎞/h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는 데 수직 무브먼트가 선배들보다도 빼어나고 제구도 갖췄다. 강속구 투수가 여럿 있는 두산에서도 그가 군계일학인 이유다.
마무리 투수로 멘털도 합격이다. 개막전 2실점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던 김택연은 2군을 다녀온 후 빠르게 1군에 정착했다. 주자가 쌓이면 오히려 더 힘을 낸다. 올 시즌 승계 주자 실점이단 한 명도 없다.
이승엽 감독은 "시즌 초반 어려운 시기도 있었지만, 2군에 다녀온 후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 최근 결과를 내면서 자신감도 많이 올라왔다. 이제 프로 무대에 완전히 적응한 것 같다"고 했다. 이 감독은 "보통 투수들은 위기 상황에서 더 급해진다. 빨리 던지고 싶어하는 습성이 있다. 그런데 김택연은 그런 상황에서 침착하게 주자를 잘 묶더라. 확실히 보통 선수는 아닌 것 같다"고 기대했다.
이 감독은 "2세이브를 기록한 날을 포함해 어려운 상황에서 많이 올라왔다. 우리 팀에서 (홍건희 대신 마무리) 역할을 할 첫 번째 후보는 김택연이었다. 이제 '마무리로 김택연이 올라오면 두산이 이긴다'는 생각이 들 투수가 될 것이다. 김택연에게도 이 얘기를 했다"고 전했다.
고졸 신인인 김택연은 지난해 청소년 대표팀 때도 '혹사 논란'이 있었던 투수다. 팬들이 올 시즌 그의 활약을 보면서도 마음 한 켠에 불안감을 안고 있는 것도 그가 건강하길 바라기 때문이다. 이 감독의 마음도 같다. 이 감독은 "기본적으로 마무리는 9회 한 이닝을 책임지게 된다. 등판하는 상황이 정해지니 관리하기에도 더 편할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