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구 소멸 시계가 빨라지는 상황에서 이제는 전방위적 예산 투입보다 효과가 검증된 정책에 선택과 집중을 할 때라는 석학들의 진단이 국내 대표 지식콘서트인 이데일리 전략포럼에서 나왔다.
이데일리와 정책평가연구원(PERI)은 오는 20일까지 서울 중구의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리는 '제15회 이데일리 전략포럼: 인구 위기…새로운 상상력, 패러다임의 전환'을 18일 개막했다.
이데일리 전략포럼은 2010년 시작한 지식콘서트로, 정치·경제·사회·문화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 및 리더들과 이론적·실전적 통찰을 공유한다.
올해는 처음으로 기존 이틀에서 사흘로 일정을 확대했다. 미국·일본·스웨덴·핀란드·독일·벨기에·이스라엘 등 7개국 20여 명의 외국 석학을 포함, 총 54명의 연사가 참여해 점점 빨라지고 있는 인구 소멸 문제의 실질적 해법을 모색한다.
이날은 이데일리·정책평가연구원 특별 심포지엄이 전략포럼 첫날의 문을 열었다.
이익원 이데일리 대표는 환영사에서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이런 인구 변화는 생산성 저하와 국가 재정 위기, 국민연금 고갈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인구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실마리를 찾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영상 축사에서 "정부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접근으로 저출생에 대응할 것"이라며 "데이터에 기반을 둔 실증 분석을 토대로 저성과 사업을 걷어내고 절감된 재원으로 실효성 높은 사업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 석학들도 성과가 보장되지 않는 영역까지 예산을 배정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근거 기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근거 기반 접근이 가장 절실한 분야 중 하나가 인구 정책이라는 데 공감했다.
이들은 여성 육아 쏠림과 이민자 기피 등 한국 사회의 고질병부터 치료해야 더 다양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바바라 울프 위스콘신대 빈곤문제연구소 명예교수는 "육아 휴직 연장과 보육 확대, 보편적 아동 수당 등 복지 정책이 출산율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단지 돈을 좀 더 주게 됐을 뿐"이라고 평가했다.
울프 교수는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싶은 환경부터 만들어야 한다며 "남성의 가사 분담률이 높아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또 "사내 보육시설은 법으로 의무화하고, 육아휴직 후 복귀했을 때는 최소한 직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티모시 스미딩 위스콘신대 석좌교수는 "출산율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민 정책을 추구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젊고 역동적인 사람들을 받아들이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미딩 교수는 또 "많은 전통과 관습이 있어 결코 쉬운 변화는 아니다"면서도 "문화를 바꾸는 데 있어 정책이 일조할 수 있다"고 했다.
이처럼 이데일리 전략포럼은 더 많은 가족이 아이들과 웃을 수 있는 한국을 만들기 위한 방법을 고민한다.
본행사가 시작되는 19일에는 곽재선 KG·이데일리 회장의 개회사에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축사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기조연설에서는 '80억 인류, 가보지 않은 미래'의 저자인 인구통계학자 제니퍼 스쿠바가 한국의 인구 현황과 개선 과제를 되짚어본다.
프레드릭 라인펠트 스웨덴 전 총리는 자국 사례에 비춰 우리나라 저출산·고령화·이민 정책에 도움이 되는 인사이트를 공유한다.
마지막 날인 20일에는 에스코 아호 핀란드 전 총리가 '뉴노멀 초고령사회…글로벌 돌봄경제의 현재와 미래, 한국 기업의 기회'를 주제로 기조연설에 나선다. 실버산업으로 경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해법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