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47) 박세리희망재단 이사장이 부친 박준철 씨를 사문서위조 등 혐의로 고소한 것에 대해 "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라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18일 서울 강남구 스페이스쉐어 삼성코엑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런 일로 인사드리게 돼 유감"이라며 "최근 사건에 대해 사실대로 보도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내용도 있어서 짚고 넘어가고자 이 자리에 나왔다"고 밝혔다.
가장 이목이 쏠린 점은 부친 고소 건이다. 박 이사장의 부친은 '새만금 해양레저관광 복합단지 사업'의 국제골프학교와 골프아카데미를 설립하는 사업에 참가의향서를 제출하면서 박세리희망재단의 도장과 문서를 위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재단은 이를 확인 후 경찰에 고소했고,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박 이사장은 "제가 먼저 이사진에 사건의 심각성을 말씀드렸고, 제가 먼저 (고소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이번 일로 부녀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것이냐'는 물음에 "전혀 무관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이어 아버지 채무를 대신 변제한 것에 관해서도 "금액을 정확히 밝힌 순 없다. 다만 하나 해결하면, 또 새로운 채무 관계가 마치 줄이라도 서 있던 것처럼 수면 위로 떠올랐다"라며 "그러면서 문제가 더 커졌고, 지금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했다.
박 이사장은 "이 사건 이후로는 아버지와 연락하고 있지 않다"면서 "더 이상 아버지의 채무를 책임질 의무가 없다. 오늘부로 확실히 하고자 한다"고 선을 그었다.
박 이사장은 기자회견 막판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여기까지 오기 전에 (아버지와 갈등을) 막을 순 없었는가'라는 취재진의 말을 듣고선 잠시 후 눈물을 훔치더니 말문을 잇지 못했다. 마이크를 들고 이야기를 이어 나가다 또 멈췄다. 박세리는 "저는 눈물이 나지 않을 줄 알았는데"라고 했다.
아시아 선수 최초로 LPGA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박 이사장은 골프광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골프채를 처음 잡았고, 아버지가 이끈 혹독한 훈련 속에 '골프 여왕'의 자리까지 올랐다.
박 이사장은 "화도 너무 난다. 저한테는 가족이 컸으니까"라며 "(막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저는 계속 반대했다. 아버지와 의견이 많이 달랐다. 저는 제 갈 길을 갔고, 아버지는 (원하신) 길을 가신 거다. 이런 상황까지 와 유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박 이사장은 "일은 벌어졌다. 앞으로 해결할 일만 남았지만 제가 앞으로 갈 길은 확고하다. (가족 문제 때문에) 제가 가고자 하는 길이 힘들 것 같아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털어놓았다.
앞으로 부녀 관계 회복 가능성을 묻는 말에 박 이사장은 "부모, 자식 관계라고 하지만, 지금은 확답드리기 어려울 것 같다. 쉽진 않겠죠"라며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나서야 생각해볼 부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형석 기자 ops5@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