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럭셔리카 브랜드인 BMW가 한국 시장 사로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수입차 업계에서 유일하게 부산에서 열리는 모터쇼에 참가하고,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LG 등과의 기술 협업도 활발하다. 한국에서 번 돈보다 많은 금액을 한국산 부품 구매에 사용하기도 한다. 이른바 '친한 전략'이다. 이는 지난해 국내 수입차 판매 1위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BMW의 한국 사랑이 올해도 판매 호실적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나홀로 부산행
19일 업계에 따르면 BMW그룹코리아(이하 BMW코리아)는 오는 28일 열리는 '2024 부산모빌리티쇼'에 참가한다.
BMW는 초고성능 모델 'BMW 뉴 M4'와 브랜드 최초의 전기SUV 'BMW 올 뉴 iX2'를 국내 최초로 공개한다. BMW그룹 산하 브랜드인 미니(MINI)는 '뉴 미니 컨트리맨 JCW', '뉴 올-일렉트릭 미니 쿠퍼' 등 최근 풀체인지(완전변경)된 미니 라인업을 대거 전시한다.
BMW코리아의 이 같은 행보는 대부분의 수입차 브랜드가 불참을 선언한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더 주목된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많은 브랜드들은 대내외 경영 환경 및 해외 본사 지침을 이유로 모터쇼 참가를 고사하는 상황이다.
일부는 서울모빌리티쇼만 참가하고 부산은 참가하지 않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반면 BMW는 직전 행사인 '2022 부산국제모터쇼'에도 수입차 브랜드 중 유일하게 참가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BWM가 2022년에 이어 올해에도 부산모터쇼에 참가하는 것은 그만큼 한국 소비자들에게 더 다양한 모델들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라며 "이는 투자 대비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부산을 외면한 벤츠의 행보와 비교된다"고 말했다.
다양한 투자 '눈길'
BMW가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BMW코리아는 1995년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한국 법인을 설립한 바 있으며, 이후 국내 시장 공략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한국을 향한 BMW의 각별함을 알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2014년 인천 영종도에 문을 연 BMW 드라이빙센터가 있다. 트랙 및 체험 시설을 갖춘 공간이다. BMW는 고향인 독일과 미국, 한국 등 3개 국가에서만 드라이빙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완성차 브랜드가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유일한 시설이기도 하다. BMW에 지금까지 드라이빙센터에 1000억원 가량을 투입한 것으로 전해진다.
BMW는 2017년에는 1300억원을 투자해 기존 이천 물류센터를 안성으로 확장 이전했다. 규모는 축구장 8배 크기인 5만7000㎡다. 안성 부품물류센터는 BMW 독일 본사의 물류 센터와 2020년 개소한 일본 물류센터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다.
지난 4월에는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BMW그룹 연구·개발(R&D)센터 코리아를 새롭게 건립해 개관했다. 2015년 드라이빙 센터에 마련했던 R&D 시설을 확장 이전해 새롭게 R&D센터를 만든 것이다. 약 120억원이 투입된 이 센터는 '한국에 최적화된 차량'을 선보이는 R&D 기지로 쓰일 예정이다.
BMW는 한국 기업과의 협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삼성 SDI와 삼성 디스플레이, LG그룹, 한국타이어, 세방전지 등 30여 개의 한국 협력 업체로부터 전기차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같은 첨단 부품을 비롯해 다양한 부품 분야에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BMW코리아에 따르면 독일 본사는 작년 한 해에만 45억 유로(약 6조5350억원)의 부품을 이들 한국 협력업체로부터 구매했다. 이는 BMW코리아의 지난해 전체 매출인 6조1066억원을 넘어서는 수치다.
BMW의 이 같은 노력은 결실을 맺고 있다. 이제 한국은 중국과 미국, 독일, 영국 다음으로 세계에서 BMW가 많이 팔리는 국가가 됐다. 특히 5시리즈는 중국을 제외하면 가장 많이 팔리는 국가가 한국이다. 6시리즈 판매도 2위며 7시리즈와 X7도 글로벌에서 세 번째로 많이 팔리는 시장이다.
이에 힘입어 BMW코리아는 지난해 국내 시장에서 벤츠를 제치고 수입차 판매 1위에도 올랐다. 올해(1~5월) 역시 판매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BMW는 지난해 주력 모델인 5시리즈를 전 세계 최초로 한국에 출시하는 전략을 세웠고, 다양한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한국에 대한 진심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그 결과 지난해 BMW 수입차 왕좌를 되찾았고 올해도 미니 포함 시장점유율 30%를 넘기는 등 순항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