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베테랑 불펜 투수 진해수(38)는 지난 18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대기록을 세웠다. 4-6로 지고 있던 7회 말 마운드에 오르면서 KBO리그 역대 5번째로 개인 통산 800번째 경기에 출장했다.
2006년 6월 KIA 타이거즈에서 1군에 데뷔한 진해수는 SK 와이번스, LG 트윈스, 롯데를 거치며 17시즌 동안 뛰었다. 고교 3학년부터 투수를 시작한 탓에 기본기가 부족했던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성실한 선수'로 정하고 끊임없이 훈련했다. 이후 조금씩 등판 경기 수가 늘어났고, 필승조 임무도 맡았다. 5시즌(2016~2020) 연속 65경기 이상 등판하기도 했다.
진해수는 2015년 입스(Yips·심리적 요소로 공을 정확히 던지지 못하는 증상)도 겪었다. 지난 시즌엔 19경기밖에 나서지 못할 만큼 부진했다. 하지만 베테랑 불펜 투수를 원했던 롯데가 2025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5라운드)을 LG에 내주고 그를 영입했다. 험난한 길을 묵묵하게 걸어온 그는 800경기 등판에 도달했다.
18일 KT전이 끝난 뒤 만난 진해수는 "20년 가까이 프로 선수 생활을 했다. 뛰어나진 않았지만 부지런하게 했던 것 같다. 그동안 나를 많이 기용해 주신 감독님들께 고마운 마음이다. 다시 뛸 수 있는 기회를 준 롯데도 감사하다"라고 했다.
진해수는 800경기에 나서는 동안 홀드 153개를 쌓았다. 역대 3위 기록. 다른 2명은 이미 은퇴한 안지만(177개)과 권혁(159개)이다. 홀드 기록은 연연하지 않는다. 현재 롯데에서 셋업맨을 맡고 있는 것도 아니다. 진해수는 "지금 (30대 후반인) 내가 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긴 어려운 것 같다. 그저 하루하루가 소중하다. 홀드보다 중요한 건 마운드에 올라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홀드도 몇 개 더 하지 않을까"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진해수는 KBO리그 역대 최다 출장 1위(1004경기)에 올라 있는 1년 선배 정우람(한화 이글스)과 친한 사이다. 진해수는 "내가 1군에 없을 때도 있어서 최근엔 만나지 못했지만, (정)우람이 형과 볼 때마다 '같이 오래 열심히 하자'라는 덕담을 주고받는다"라고 전했다.
언제까지 뛰고 싶으냐라는 물음에 "할 수 있을 때까지"라며 웃어 보인 진해수는 "마지막이 올 때까지 한 경기, 한 타자에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