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로 전향한 장재영(21·키움 히어로즈)이 1군에서 처음으로 3연전을 소화했다. 성장 가능성과 숙제를 동시에 보여줬다.
장재영은 2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경기에 7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 4타수 무안타 4삼진으로 부진했다. 키움의 2-10 패전을 지켜봐야 했다.
장재영은 키움이 1-0으로 앞선 1회 말 2사 만루에서 첫 타석에 나섰지만, 롯데 왼손 선발 투수 정현수의 바깥쪽 139㎞/h 포심 패스트볼(직구)에 헛스윙하며 삼진으로 물러났다. 키움이 1-3으로 역전을 허용한 3회 말 두 번째 타석에서도 2사 1·2루 득점 기회에서 상대 투수 한현희에게 삼진을 당했다. 볼카운트 1볼-2스트라이크에서 높은 코스 143㎞/h 직구에 돌린 배트가 허공을 갈랐다. 키움이 1-4로 지고 있었던 5회 말 2사 3루에서는 롯데 세 번째 투수 구승민의 포크볼에 배트조차 내지 못하고 루킹 삼진을 당했다.
마지막 타석도 삼진을 당했다. 키움 마운드가 무너지며 2-9, 7점 차로 지고 있던 8회 말 타선 그는 롯데 박진이 구사한 슬라이더에 배트를 내지 않고 서서 아웃됐다.
장재영은 9번 타자로 나선 전날(22일) 롯데전에서 1군 데뷔 첫 홈런을 쳤다. 키움이 0-2로 지고 있던 3회 말 롯데 외국인 투수 애런 윌커슨이 구사한 3구째 138㎞/h 컷 패스트볼(커터)를 공략해 타구 속도 178㎞/h, 비거리 125m 타구를 생산했다. 장재영은 1군 데뷔전이었던 20일 청주 한화 이글스전 4회 초 타석에서도 지난 시즌(2023) 신인왕 문동주가 구사한 152㎞/h 직구를 밀어 쳐 우익 선상 적시 2루타를 친 바 있다.
빠른 공에 강점을 보인 장재영은 1군 무대 연착륙을 예고했다. 23일 경기에선 7번 타자로 타순이 올랐다. 하지만 빠른 공에만 삼진 2개를 당했다. 아직 기복이 있는 모습이다.
고교 시절 150㎞/h 중·후반 강속구를 뿌리며 주목받았던 장재영은 2021 1차 신인 드래프트에서 키움의 지명을 받았다.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신인 선수 계약금(9억원)을 받을 만큼 높은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지난 3시즌(2021~2023) 1군 무대에 안착하지 못했고, 올해 2월 치른 스프링캠프에서 팔꿈치 부상을 당해 수술까지 권고 받은 뒤 결국 타자 전향을 선택했다.
지난달 21일 타자로 새 출발한 장재영은 퓨처스리그 19경기에서 홈런 5개를 치며 장타력을 증명했다. 지난 20일 1군에 콜업됐고, 출전한 세 경기에서 인상적인 타격을 보여줬다.
23일 롯데전을 앞둔 첫 홈런에 대해 "수준급 투수(윌커슨)를 상대했기 때문에 '빠른 공을 놓치지 말자'라고 생각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예상보다 빨리 나와서 다행"이라고 했다.
홈런보다 5회 볼넷 출루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그는 "바깥쪽(우타자 기준) 슬라이더나 커브 등 유인구에 속지 않도록 스트라이크존(S존)을 만들었다. 조바심을 내지 않고 타격해 볼넷을 얻어낸 게 가장 큰 수확이다. 이런 모습이 계속 쌓여야 할 것 같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껏 기대를 높인 뒤 나선 23일 경기에선 머릿속이 소란스러워 보였다. 바깥쪽 변화구에는 좀처럼 배트를 내지 않았지만, 오히려 직구에 스윙 타이밍이 늦는 모습을 보였다. 마지막 타석에선 그 바깥쪽 슬라이더에 루킹 삼진까지 당했다. 4경기 타율은 0.167. 3경기에서 OPS(출루율과 장타율 합계) 1.205를 기록하며 기대를 높였지만, 하루 만에 1군 무대의 벽을 실감했다.
그래도 중견수 수비는 합격점이다. 2회 초 정훈이 친 장타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안정감 있는 펜스 플레이를 했고, 6회 자신 앞으로 온 안타 3개를 처리하는 과정도 매끄러웠다.
장재영의 타자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그는 "내가 팀 승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보다는, 내게 주어진 임무를 잘 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