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부산 구단 관계자는 본지를 통해 “잔여 시즌 홈 경기에서 당분간 가변석 없이 일정을 소화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부산은 오는 29일부터 구덕종합운동장을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는데, 논의 중이었던 가변석 설치는 여전히 협의 단계다.
부산이 홈구장을 옮기는 건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아시아드주경기장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열리는 각종 행사나, 시설 보수로 인해 필요에 따라 경기장을 옮겨가며 사용한 기억이 있다.
다만 이번에 이슈가 된 건 가변석의 설치 여부였다. 종합운동장인 아시아드주경기장은 관중석과 그라운드의 거리가 먼 구장으로 꼽혔다. 이에 부산은 2년 전 1234석에 달하는 ‘다이내믹 스탠드’를 설치, 관람 환경을 크게 개선한 바 있다. 지난해엔 골대 뒤 서포터스석이자 스탠딩석인 ‘쿠팡플레이존’(200석)을 설치하기도 했다.
부산 구단 입장에선 이 가변석을 부산구덕운동장으로 옮기길 희망했으나, 난관에 부딪혔다. 바로 부산시 육상연맹이 부산구덕운동장에서 훈련 및 대회 일정을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육상연맹 입장에선 트랙 위에 가변석을 설치해 두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 가변석 설치 시 훈련 장소가 좁아지는 현실적인 문제도 있었다.
이에 부산 구단은 다이내믹 스탠드 대신, 서포터스석만이라도 설치하기 위해 부산시 체육진흥과·육상연맹 간 긴 협의를 펼쳤다. 트랙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매 경기 가변석을 설치·해체하는 극단적인 방법도 고려했을 정도였다. 이 경우 일정 수준의 비용은 물론, 설치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안전 검사를 받아야 하는 절차가 더 해진다. 반면 육상연맹 측에선 “축구는 가변석 없이도 할 순 있지만, 우리는 가변석이 있으면 훈련할 수 없다”라고 성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난제를 받아 든 부산시 체육진흥과 관계자는 지난 19일 본지와 통화에서 “어느 한 종목의 편의를 봐줄 순 없다”라는 방침을 분명히 하면서도 “모두에게 희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부산의 홈 경기가 다가왔지만, 협의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다만 부산 구단은 당분간 가변석 없이 경기를 소화하기로 했다. 부산 구단은 전날(23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이같은 결정을 발표했다.
다만 ‘완전 불발’은 아니다. 구단은 “가변석 설치는 상황에 따라 추후 변경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부산 관계자는 “가변석 설치·해체를 반복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고 봤다. 어느 한쪽에서도 뚜렷한 대안이 제시되지 못했다. 관련 협의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이내믹 스탠드와 서포터스석은 일단 아시아드주경기장 한편에 머무리게 됐다. 임대 기간이 끝나는 다이내믹 스탠드는 연장 여부가 결정되지 않아, 더 이상 활용되기 어렵다. 이어 서포터스석은 향후 활용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하루 뒤인 24일 장유현 부산시 육상연맹 전무이사는 본지와 통화에서 “몇 차례 3자 논의를 거쳤으나, 결정 난 부분이 없었다. 이번 통화를 통해 금주 경기 가변석 미설치를 처음 인지했다”면서 “결국 중요한 건 ‘상생’이다. 현 구덕종합운동장은 축구뿐만 아니라 기초 육상 종목 초·중·고 학생들이 꿈을 키우는 장소다. 축구하지 말라는 건 아니지만, 가변석을 설치하게 되면 경기, 훈련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장 전무이사는 “본질적인 문제는 대형 운동장이 크게 낙후된 점이다. 종목 간의 이권 싸움이 아니라, 체육 시설 보강이 미비했던 것이 문제”라면서 “내년에 전국 체전이 열리면서, 대규모 보수를 앞두고 있다. 앞으로는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