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을 둘러싼 대한축구협회(KFA) 전력강화위원회의 답답한 행보가 4개월 넘게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내국인 사령탑 부임 가능성마저 다시 급부상하면서, 결말은 결국 국내 감독 선임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 경질 후 지난 2월 정해성 위원장 체제의 전력강화위가 출범했지만, 뚜렷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지난 18일 제9차 회의, 사흘 뒤 제10차 회의가 열린 가운데 사령탑 선임 관련 소식은 여전히 들리지 않고 있다. 7월 초까지 새 감독을 선임하겠다던 계획은 또 틀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3월에 이어 6월에도 임시 감독 체제로 운영됐던 촌극의 방어 논리가 무색해졌다. 지난 6월 임시 감독 체제가 설득력을 얻었던 건, 유럽 시즌이 끝나면 현지 감독들의 이동으로 인재풀이 넓어질 거라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정몽규 KFA 회장도 이달 초 축구인골프대회에서 “감독 풀이 늘어나면서 더 많은 후보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좋은 감독을 모셔올 기회가 될 것”으로 자신한 바 있다.
정작 하나둘씩 흘러나오고 있는 외국인 감독 후보들의 면면은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미 K리그에서 전술적으로 실패한 경험이 있는 외국인 사령탑, 한 대표팀만 오래 이끌었을 뿐 다른 경험은 부족한 감독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황선홍·김도훈 감독으로 이어진 두 번의 임시 사령탑 체제 포함 4개월의 시간이 흘렀는데도 전력강화위의 무능력한 행보만 이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는 이유다.
급기야 김도훈 감독이나 홍명보 울산 HD 감독 등 내국인 감독 선임 가능성이 다시 떠오르기 시작했다. 전력강화위는 이미 출범 직후에도 국내 감독 선임에 무게를 실었다가 팬들의 거센 비판에 직면해 부랴부랴 기준을 바꾼 바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자 다시 국내 감독의 선임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동안 뚝심 있게 국내 감독 선임 기준을 유지하며 팬들을 설득시킨 게 아니라, 외국인 감독 선임으로 선회했다가 국내 감독으로 다시 시선을 돌린 모양새다. 사실상 전력강화위의 '실패'로 비칠 수도 있는 대목인데, 가뜩이나 내국인 감독 선임에 반대하는 팬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제한된 예산 탓에 협상 자체가 쉽지 않다는 건 이제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 한계 속에서 얼마나 최상의 협상 결과를 이끌어 내느냐는 결국 전력강화위와 KFA의 몫이었다. 파리 올림픽 진출 실패, 거듭된 감독 선임 실패에도 정해성 위원장 체제의 전력강화위가 계속 유지됐던 것도 이같은 책임을 다하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남은 건 대표팀 사령탑 선임을 둘러싼 답답한 시간만 길어지고 있는 일뿐이다. 팬들의 분노 역시 점점 더 들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