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케이시 켈리(35)가 아웃카운트 3개를 남겨두고 대기록을 놓쳤다. 그러나 그는 '잃어버린 2㎞/h'를 되찾았다. 아울러 자신감도 다시 얻었다.
켈리는 지난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 완봉승(4-0)을 기록했다. 8회까지 안타와 볼넷 없이 퍼펙트게임(투수가 9이닝 동안 한 번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고 승리하는 경기)을 이어가다 9회 선두 타자 윤정빈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KBO리그 역대 최초 퍼펙트게임이 무산된 순간이었다.
대기록을 놓쳤으나, 켈리는 잔뜩 고무됐다. 그는 "투수가 이런 기회를 흔하게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굉장히 특별한 등판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2019년부터 LG에서 뛴 켈리는 구단 역대 외국인 통산 최다승 기록을 갖고 있다. 정규시즌 160차례 등판에서 72승 45패 평균자책점 3.24를 올렸다. 그러나 올 시즌 5월까지 2승 5패 평균자책점 5.60으로 부진했다. LG의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도 5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긴 마찬가지였다.
이에 LG 구단은 외국인 투수 교체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염경엽 LG 감독은 "둘 중 한 명을 교체할 수 있다"고 최후통첩했다. 동시에 차명석 LG 단장은 외국인 투수를 살펴보러 미국으로 날아갔다.
켈리가 부진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직구 구속 저하 탓이다. 지난해 평균 146.4㎞/h(구단 측정 기준)였던 직구 구속이 직전 등판까지 144.2㎞/h로 떨어졌다. 스포츠투아이 기준으로도 144.7㎞/h에서 142.4㎞로 2㎞/h이상 감소했다. 날씨가 따뜻해져도 켈리의 구속은 좀처럼 회복되지 았았다.
염경엽 감독은 "(켈리가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피치 디자인을 바꿔 커브와 포크볼의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켈리는 "감독님 말씀이 일리가 있다"면서도 "내가 5년 동안 KBO리그에서 뛰며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직구였다. 직구 커맨드와 컨트롤이 잘됐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염 감독의 요구를 완곡하게 거절한 셈이다.
켈리가 올 시즌 6실점 이하를 기록한 경기는 총 4차례였다. 이 가운데 세 번은 직구 구속이 시즌 최저 1~3위를 기록한 날이었다. 시즌 평균 직구 스피드보다 1.5㎞/h 이상 느린 날에는 여지없이 결과가 나빴다. 직구가 날카롭지 않으면, 변화구의 위력이 감소하는 일이 반복됐다.
켈리는 25일 삼성전에서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했다. 직구 구속이 올라온 덕분이었다. 직구 평균 구속이 올 시즌 가장 빠른 146.6㎞/h를 기록했다. 시즌 평균보다 2.4㎞/h 상승했을 뿐 아니라, 지난해 평균보다 빨랐다. 켈리의 6월 평균자책점이 2.91로 안정된 데에는 직구 스피드 회복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켈리는 "직구 구속이 올라오는 게 긍정적이다. 시즌 초에는 스피드가 올라오지 않아서 참 답답했다. 이제야 실마리를 풀어가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어 "더운 여름이 찾아오면서 구속이 오르는 느낌이다. (25일 경기는) 내가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준 등판이다. 지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점은 내가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로 돌아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