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로 대박은 맛에서 오지 않습니다. 물론 맛있는 대박집이 있기는 합니다만, 대박 식당에서 맛은 부차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대체로 대박은 스토리에서 옵니다. 대박에 대단한 스토리가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사소하지만 인상적인, 더 확실하게는, 다른 식당에서는 절대 들을 수 없는 그 식당만의 스토리가 대박으로 이끕니다. 사장님 가족의 역사가 식당의 역사로 엮이어 있어 공간과 음식에서 사장님 가족의 역사가 묻어나면 대박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취재를 해야 하는 식당이 아니면 저는 대박 식당에 잘 가지 않습니다. 대기하는 시간이 아깝기 때문입니다. 여행 중에는 특히 그렇습니다. 하나라도 더 보고 더 즐겨야 하는데 줄을 서서 한두 시간을 보내는 것은 저의 여행법이 아닙니다.
제 얼굴이 널리 알려지기 전이었습니다. 지역의 한 대박 식당에 줄을 선 적이 있습니다. 취재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제 앞뒤로 몰카를 몸에 장착한 피디 둘이 붙었습니다. 저는 피디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음식을 드시고 나오는 분들께 제가 이렇게 물을 겁니다. ‘맛있어요?’ 여러분은 그 반응을 담으시면 됩니다.”
취재 내용은 ‘대박 식당 음식은 과연 맛있는가’였습니다. 제가 음식을 맛보고 평가를 하는 것보다는 손님들의 맛 평가를 듣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저는 판단하였습니다.
저의 “맛있어요?” 하는 질문에 손님들은 대체로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음, 그래요.” “드셔보세요.” “맛은 뭐.” “헤헤.”
손님들은 대박 식당이라고 하여 대단히 특별난 맛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닌 듯하였습니다. 호기심에 왔는데, 맛은 예상했던 대로 대단히 특별난 맛은 아니라는 표정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때에 저는 몰카에다 담기라고 손님들에게 이런 질문도 했었습니다. “평범한 동네 식당에서 이 식당 음식이 나왔으면 어땠을까요?” 이런 말이 돌아왔습니다. “거길 왜 갑니까.” 맛이 아닌 그 무엇을 쫓아서 대박 식당에 왔음을 손님들 스스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대박 식당 음식을 먹으려면 음식 값 외에 적잖은 시간과 돈을 투입해야 합니다. 검색하고 움직이고 줄 서는 데에 들이는 투자입니다. 그렇게 해서 먹는 음식인데 맛이 그저 그러면 실망이 클 것입니다. 자신의 선택이 나쁘지 않았다는 위로가 필요한 타이밍입니다.
“내가 선택한 것이 최고야.” 심리학에서는 이를 ‘소유효과’라고 부릅니다. 대박 식당 후기들을 살펴보면 대박 식당의 명성은 손님들의 자기 위로 덕을 가장 크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대박 식당이 망하는 예는 드뭅니다. 음식에서 이물질이 나왔다거나, 원산지를 속였다거나, 음식을 재활용했다거나, 아니면 경영자들끼리 큰 다툼이 있었다거나 하지 않으면, 대박은 이어집니다. 대박 식당 음식에 대해 ‘그저 그런 맛’이라는 평가를 공개적으로 하는 손님은 극소수이고, ‘그저 그런 맛’이라는 평가가 제법 있다 하여도 대박의 대세는 누를 수가 없습니다. 스토리는 맛을 이깁니다.
가격 대비 질과 양을 따질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외식 경험을 가지신 분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외식업체가 70여만입니다. 저는 감당이 안 됩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식당 후기를 봅니다만, 살짝 꺾어서 봅니다. “내가 선택한 것이 최고야” 하는 심리가 작동했을 수 있다고 보아야 하는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제가 전국을 돌아다니며 먹을거리 생산자와 식당들을 취재하고 있기는 하지만, 제가 여러분께 ‘여기 맛있어요’ 하는 것도 꺾어서 들어야 합니다. 제가 “대박”을 외치면서 100점을 주면 60점 정도이겠구나 생각하시면 됩니다.
제가 했던 첫 대중 강연의 제목이 ‘당신의 미각을 믿지 마세요’였습니다. ‘당신’에는 당연히 저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는 저의 미각을 믿지 않습니다. 자신의 미각을 믿는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면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맛의 세상을 모르거나 맛으로 야바위를 시도하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