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디트릭 엔스가 나란히 생존 경쟁 중인 팀 동료 케이시 켈리의 바통을 넘겨받아 호투했다. 그는 "3회까지는 나도 퍼펙트였는데 전혀 기록을 의식하진 않았다"고 웃었다.
엔스는 지난 2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3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0-0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 승패를 기록하진 않았지만, 팀이 2-1 끝내기 승리를 거두는 발판을 마련했다.
공교롭게도 켈리가 호투한 다음날 엔스 역시 이번 시즌 최고의 호투를 선보였다.
팀 동료인 켈리는 하루 전인 25일 삼성전에서 9이닝 동안 단 1피안타 무실점 완봉승(4-0)을 기록했다. 8회까지 안타와 볼넷 없이 퍼펙트 행진을 이어가다 9회 선두 타자 윤정빈에게 안타를 허용, KBO리그 역대 최초 퍼펙트 게임이 무산됐다. 엔스는 켈리만큼은 아니었지만, 6이닝 동안 볼넷 1개 탈삼진 9개를 뽑을 정도로 위력적이었다.
엔스는 "켈리의 투구는 놀라웠다. 그저 감탄하며 즐겁게 지켜봤다"면서 "켈리가 퍼펙트피칭이나 노히트노런을 기록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완봉승을 챙겼다. 그 모습을 보고 나도 굉장히 행복했다. 켈리와 그의 가족에게도 특별한 의미였을 것"이라고 했다.
엔스와 켈리는 현재 '팀 동료'이면서도 한국 무대에서 생존을 걱정하는 '경쟁 관계'이기도 하다.
LG는 지난달 두 외국인 투수가 평균자책점 5점대로 부진하자 교체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염경엽 LG 감독은 "둘 중 한 명을 교체해야할 것 같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차명석 LG 단장도 외국인 투수 후보 및 시장을 점검하러 직접 미국으로 떠나기도 했다.
공교롭게도 구단의 적극적인 움직임 이후 엔스와 켈리는 달라졌다. 엔스는 이달 3승 평균자책점 3.10을, 켈리는 2승 1패 평균자책점 2.91로 좋은 모습이다.
엔스는 "켈리는 늘 열심히 훈련한다. 켈리의 활약이 내게 동기부여가 된다"라고 인정했다.
특히 0-0으로 맞선 4회 초 2사 1, 2루에서 박병호를 삼진 처리하고선 평소보다 세리머니 동작이 컸는데 "위기 상황이었고 4회에만 투구 수가 30개로 많아서 그 감정을 표출하고 싶었다"고 돌아봤다.
엔스의 강점은 흡수력이다. 염경엽 감독이나 코치, 전력분석팀에서 팔 각도나 구종 개발에 대해 이야기하면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고 한다.
엔스는 평균자책점 4.53에도 8승(2패)이나 거둬 다승 부문 공동 선두에 올라 있다. 타선의 득점 지원이 많은 덕분이다. 엔스의 등판일에 LG의 승률은 0.706이다.
엔스는 "동료들 덕분이다. 우리 야수들의 수비와 공격이 모두 뛰어나다. 내가 나갈 때마다 팀이 승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며 "그래서 나는 더 내 투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해 던지면 동료들이 승리를 만들어줄 것이라고 믿는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공격적으로 던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