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국 프로야구는 세계 최초로 자동투구판정 시스템(ABS)을 도입했다. 이로 인해 포구 능력의 중요성이 줄어들었지만, 야구에서 포수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프로야구 출범 초창기에 삼성 라이온즈 이만수가 대표적인 공격형 포수였다. 당시 수비형 포수로는 김경문(OB 베어스)과 한문연(롯데 자이언츠)이 있었다. 곧이어 해태 타이거즈 장채근이 공수를 겸비한 포수로 등장했다. 1990~2000년대 박경완과 진갑용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강민호(삼성)와 양의지(두산 베어스)가 바통을 넘겨받아 오랜 기간 태극마크를 달았다.
올 시즌에는 베이스 크기가 기존 15인치(38.1㎝)에서 18인치(45.72㎝)로 확대, 도루 증가가 눈에 띈다. 지난해 총 도루 시도는 1437회였다. 전체 일정의 54.2%를 소화한 26일 기준으로 올 시즌 도루 시도는 총 934회. 지난해 시즌 전체의 65% 수준이다. 성공률 차이는 1% 내외(2023년 72.4%, 2024년 73.7%)에 불과하지만, 도루 시도 자체가 늘어났다.
주자의 도루 시도 증가는 베이스 크기 확대, 투수의 퀵 모션(슬라이드 스텝)과 더불어 포수의 2루 송구 능력이 떨어진 점도 영향을 끼친다. 과거에는 도루에 특화된 선수가 뛰었다면, 올 시즌은 여러 선수가 베이스를 훔치고 있다.
두루를 막아야 하는 포수의 어깨가 무거워졌다. 포수가 도루 성공률을 높이려면 송구 동작이 빠르고 간결해야 한다. 우리 포수 대부분은 포구 시 다칠까 봐 오른손을 뒤로 뺀다. 그러나 피치 아웃 같은 상황에서는 공을 두 손으로 잡아야 송구가 유리할 때가 있다.
최근 KBO리그에 등장한 포수의 활약이 눈에 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국가대표로 뽑힌 김형준(NC 다이노스)은 굉장한 자질을 갖췄더라. 1~2년 안에 대형 포수로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올해 김형준의 도루 저지율(0.345)은 리그 평균(0.263)을 크게 상회한다. 주전 포수 중 3할대 저지율을 기록 중인 안방마님은 그가 유일하다. 지난해 저지율(0.231)과 비교하면 놀라운 발전이다. 체격(1m87㎝·98㎏)이 큰 데도 김형준은 몸놀림이 빠르다. 올해 타석에서 홈런을 12개나 때렸다.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공에 약점을 보이지만, 몸쪽 공에 굉장히 강하더라. 경험이 쌓이면 타격이 더 좋아질 것이다.
한준수(KIA 타이거즈) 역시 성장 가능성이 높다. 아직 수비력은 떨어지나, 3할대 타율을 기록 중일 만큼 공격력이 우수하다. 입단 13년 차 김재현(키움 히어로즈)은 뒤늦게 꽃을 피운 경우다. 투수 리드와 수비력이 뛰어나 중요한 상황에서 기용폭이 커졌다. 도루 저지율도 0.320으로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