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간이 꽤 걸리고 있지만, 잘 선택하실 거라 믿고 있다.”
지난 12일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이 올 시즌 마지막 바람을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하지만 이 발언이 나온 뒤 3주가 지나기도 전에 정해성 대한축구협회(KFA) 전력강화위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28일 축구계에 따르면 정해성 위원장은 서울 종로구의 축구회관을 찾아 KFA 관계자에게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KFA 측에선 ‘만류’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해성 위원장 체제의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2월 야심 차게 출범했다.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전 감독 사태를 뒤로하고, 대표팀 차기 사령탑 선임 과정에 공을 들였다.
다만 첫 단추부터 잘못 시작했다는 축구계의 시선이 잇따랐다. 정해성 위원장이 1차 브리핑 뒤 차기 사령탑의 8가지 자질과 요건을 공개하면서 국내·해외 감독 선임 가능성을 모두 열어놨다고 발언하면서다. 당시 K리그 개막을 일주일도 남기지 않은 상태였는데, 정 위원장은 현직에서 일하고 있는 일부 감독도 상의 대상이라며 부연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이제 막 지휘봉을 잡은 일부 감독은 물론, 과거 대표팀을 이끈 사령탑이 리그 대신 대표팀 질문을 받느라 진땀을 빼야했다. 심지어 정 위원장은 “만약 클럽에서 일하는 분이 있다면, 우리가 직접 찾아가 도움을 요청해야 할 것 같다”고도 했다.
결과적으로 전력강화위원회는 정식 사령탑을 찾지 못했다. 대신 황선홍 전 올림픽 대표팀 감독, 김도훈 전 라이언 시티(싱가포르) 감독에 임시 지휘봉을 맡기며 시간을 벌었다. 이 과정에서 “결과가 좋지 않다면, 내가 책임을 지겠다”라고 말한 정해성 위원장의 발언도 있었다.
임시 감독 체제의 한국은 희비가 엇갈렸다. A대표팀은 2차 예선을 어쨌든 1위로 통과, 1포트를 확보하며 일본·이란을 피하게 됐다. 반면 연령별 대표팀을 이끈 황선홍호는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A대표팀의 임시 지휘봉을 맡은 황선홍 감독을 칭찬한 정 위원장의 발언도, 올림픽 본선 진출 실패에 다소 의미를 잃어버렸다.
주장 손흥민과 김도훈 전 감독은 2차 예선을 마친 뒤 한국축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언급하며 기다림을 강조했다. 임시 감독 체제는 여기서 끝나길 바란다는 김 전 감독의 발언도 있었다.
전력강화위원회는 4개월 동안 10차례가 넘는 장고를 거듭했지만, 끝내 결실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위원장의 사의 표명이 먼저 나왔을 정도. “투명한 절차를 거쳐 축구대표팀이 잘 운영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외친 정 위원장의 여정에 곧 마침표가 찍힐 우려다. ‘주장’ 손흥민의 바람도 이뤄지기까지는 더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김우중 기자 ujkim50@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