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시즌 전반기 7위(승률 0.482)였던 롯데 자이언츠는 이전보다 강한 불펜 전력을 구축해 후반기 승률 0.684를 기록, 정규시즌을 3위로 마쳤다. 2023시즌 전반기 7위(승률 0.474)였던 KT 위즈도 부상으로 이탈했던 선수들이 차례로 복귀해 전력을 끌어올리며 2위까지 올라섰다.
올 시즌도 초반에 하위권으로 처졌던 팀이 상위권 팀을 끌어내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반기 7위 KT, 8위 롯데, 9위 한화 이글스 10위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력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8일 기준으로 5위 SSG 랜더스와 10위 키움의 승차가 5경기에 불과했다. 아직 팀당 57~64경기 남았다.
표면적인 전반기 순위는 4강(KIA 타이거즈·LG 트윈스·삼성 라이온즈·두산 베어스) 2중(SSG·NC) 4약 구도로 보인다. 하지만 6월부터 올스타 브레이크까지는 10개 구단 모두 승률 0.462 이상 기록했다. 독주한 팀도, 추락한 팀도 나오지 않았다.
이 기간 상위권 팀에 일격을 가한 팀도 많다. 롯데는 1위 KIA와 두 차례 3연전을 치러 각각 전승과 2승 1무를 기록하며 연속으로 우세했다. 키움은 지난 2~4일 홈 3연전에서 2승 1패로 앞섰다. 염경엽 LG 감독은 "키움을 만나면 안 풀린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KT 6월 말 홈(수원) 3연전에서 삼성에 2승 1무를 기록했다.
6월 마지막 주부터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일정으로 범위를 좁히면 키움(6승 1무) KT(6승 1무 2패) 롯데(3승 1무 2패)가 나란히 승률 1~3위에 올랐다. 상승세 속에 전반기를 마무리하며 후반기 반격을 예고했다.
호재도 있다. 롯데는 1선발 찰리 반즈가 복귀한다. 5월 말 왼쪽 내전근 미세 손상으로 이탈했던 그는 그동안 재활 치료에 매진했고, 지난달 28일 KT 퓨처스팀과의 경기에서 실전 복귀전을 치렀다. 주루 중 왼쪽 엄지손가락 염좌 부상을 당한 '주전 2루수' 고승민도 1~2주 이내에 1군에 등록될 전망이다. 키움도 4월 말 자신이 친 타구에 왼쪽 발등을 맞고 골절상을 입은 이형종이 지난달 28일 상무 야구단과의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하며 복귀 시동을 걸었다. 이형종은 부상으로 이탈하기 전까지 21경기에서 홈런 4개, 장타율 0.479를 기록하며 키움의 초반 상승세를 이끌었던 선수다.
KT는 5월까지 평규자책점(5.78) 최하위에 그칠 만큼 불안했던 불펜이 단단해졌다. 한동안 흔들렸던 마무리 투수 박영현이 전반기 막판 구위를 되찾았다. 이강철 KT 감독도 "가장 좋았을 때 공이 나오고 있다"라며 반겼다. 긴 부상 재활 치료 기간을 이겨내고 복귀한 박시영도 주 무기 슬라이더를 앞세워 다시 필승조에 합류했다. 김민은 지난달 5일부터 10경기 연속 무실점을 이어가며 개인 신기록을 세우는 등 6월 이후 15경기 이상 등판한 불펜 투수 중 두 번째로 낮은 평균자책점(2.01)을 기록했다.
한화도 다크호스다. '노장' 김경문 감독이 부임한 뒤 치른 25경기에서 12승 1무 12패를 기록하며 0.429에 그쳤던 이전 57경기보다 높은 승률을 마크했다. 에이스 류현진은 6월 이후 1점(1.97)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혼란을 겪었던 자동 볼 판정 시스템(ABS) 적응을 마친 모습을 보여줬다. 코칭스태프 재편으로 베테랑 지도자 양승관이 수석 코치, 양상문이 투수 코치를 맡는 변화도 팀 분위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