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현(한화 이글스)은 지난 5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퓨처스(2군)리그 올스타전에서 최고 151㎞/h의 빠른 공을 던졌다. 눈길을 끄는 장면이었다. 서울고 재학 시절 파이어볼러로 주목받은 김서현은 2023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지명받았다. 지난해 최고 160.7㎞/h 강속구를 기록, 가공할 만한 위력을 보여줬다. 하지만 올해 그의 구속은 140㎞/h 초·중반대로 뚝 떨어졌다. 제구를 향상하려고 투구폼을 수시로 바꾼 게 원인으로 지목됐다.
투구폼에 손을 댄 건 공을 던질 때 몸이 일찍 열리는 걸 보완하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바뀐 투구폼이 몸에 맞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6월 부임한 김경문 감독은 김서현에게 투구폼을 신경 쓰지 않고 공을 던지라고 주문했고 2군 올스타전에서 보여준 강속구는 그 결과였다.
김서현처럼 아마추어 시절 빠른 공을 던지거나 호쾌한 타격 등으로 주목받은 유망주들이 프로에서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다. 현장에선 '스카우트가 선수 평가를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라고 얘기한다. 반대로 스카우트 파트에선 코치의 육성 능력을 의문시하는 경향이 있다. 누구의 말이 맞는 걸까. 선수 육성은 어느 한쪽의 책임만 묻기 어렵다. 그런데 아마추어 시절보다 기량이 퇴보한 선수들의 대체적인 공통점은 투구폼이나 타격폼이 바뀐다는 점이다.
관건은 시기다. KBO리그에선 빠르면 스프링캠프부터 갓 입단한 선수의 투구폼이나 타격폼을 수정하고 여러 지도자가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데 야구선수뿐만 아니라 인간은 누구나 장단점이 있고 그 장단점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단점을 수정한 게 때론 장점을 사라지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메이저리그(MLB)나 일본 프로야구(NPB)에선 투구폼이나 타격폼 수정은 장기간 선수를 관찰한 후 선수와 협의로 이뤄진다. 단점은 쉽게 보이지만 장점은 잘 파악하기 어렵고 그 유기적 관계를 고려, 시간과 협업을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반면 KBO리그에선 감독이나 코치의 개인적인 안목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투구폼과 타격폼을 수정하는 시기 역시 빠르다. 선수를 충분히 관찰하고 여러 의견을 모아 육성 방향을 정하지 않고 단순히 눈에 띄는 단점을 보완하기 급급한 탓이다. 특히 2군 감독이 스타 플레이어일수록 자기가 했던 방식을 선수에게 그대로 주입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한 구단 관계자는 "어느 지도자가 본인 스타일로 스타 1명을 만들었다면, 그 뒤에는 99명의 실패작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NPB에선 좋은 선수가 계속 배출되고 있다. 그 이유에 대해 NPB 한 관계자는 "각 구단의 육성 방침이 확고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며 "1군이든 2군이든 시즌 중에는 폼 수정은 하지 않는 게 12개 구단 공통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폼을 수정하면서 경기를 치르면 선수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자기 확신이 없어 엉거주춤한 동작이 나오는 등 선수 생명과 직결하는 나쁜 결과로 이어진다는 판단이다.
물론, KBO리그 구단들은 확고한 방침을 갖고 선수 육성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지도자의 영향력이 크다. 최근 2군 경기를 보는데 신인 선수의 타격폼이 스타 출신 2군 감독을 닮아서 놀랐던 적이 있다. 선수의 개성을 살리는 구단의 확고한 육성 방침이 중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