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불펜에 천군만마가 온다. 상무 야구단에서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김윤수가 16일 1군에 합류한다. 15일 전역한 김윤수는 이튿날 1군과 동행한 뒤, 17일 1군에 등록돼 마운드에 오를 예정이다.
김윤수의 '군 생활'은 압도적이었다. 올 시즌 상무 소속으로 퓨처스(2군)리그 14경기에 출전한 그는 8승 3패 평균자책점(ERA) 2.43을 기록했다. 39개의 볼넷을 내주는 동안 무려 86개의 삼진을 잡았고, 몸에 맞는 볼은 한 개도 없었다. 피안타율도 0.228에 불과하다. 이는 퓨처스 북부·남부리그 통틀어 ERA 1위, 다승 1위, 최다 이닝 1위(74이닝), 탈삼진 1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눈에 띄는 점은 한 경기(4월 6일 NC 다이노스전)를 제외하고 모두 선발로 나섰다는 점이다. 입대 전 김윤수는 삼성에서 '제2의 오승환'이 될 재목으로 꼽히며 주로 불펜 역할만 했다. 2019년 입단 후 123경기에 나와 7승 9패 16홀드를 기록했다. 123경기 중 선발로 나선 경기는 네 번. 2022년 10월 7일 두산 베어스전에서 4와 3분의 1이닝 무실점으로 선발 전환의 가능성을 보인 뒤 입대했다.
김윤수의 선발 도전 배경엔 박진만 삼성 감독의 권유가 있었다. 2022년 당시 2군 감독이었던 박진만 감독은 빠른 공에 비해 제구가 잘 되지 않았던 김윤수를 두고 보다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편안한' 선발 전환을 제안했다. 이후 차근차근 선발 수업을 받은 김윤수는 2022년 마지막 경기에서 가능성을 보인 뒤 상무에서 만개했다.
퓨처스를 평정한 선발 투수인데, 선발로 쓰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박진만 감독도 제대한 김윤수를 선발로 활용하고자 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그 사이 삼성 선발진이 완전체가 된 것. 원태인에 이어 좌완 이승현이 선발로 자리를 잡았고, 백정현이 부상에서 돌아왔다. 최채흥과 황동재 등 대체 선발 후보들의 컨디션도 최고조다. 김윤수의 선발 활용이 다소 애매해졌다.
반면 불펜은 다소 과부하 상태다. 임창민-김재윤-오승환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체력에 부치는 상황이다. 김태훈도 부상으로 빠져있다. 우완 이승현, 최지광 등의 가세로 숨통은 트였지만 더운 여름 체력 변수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 150km/h대 중반의 빠른 공을 던지는 김윤수의 가세가 불펜에 더 필요할 수 있다.
결국 삼성은 제대하는 김윤수를 불펜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하지만 1이닝만 막는 필승조, 추격조가 아닌 롱 릴리프로 활용해 김윤수의 '선발 수업'의 결실을 어느 정도 이어나가고자 한다. 박진만 삼성 감독은 "현재 최채흥과 황동재처럼 김윤수는 긴 이닝을 책임질 수 있다. 우리 팀 불펜이 힘을 비축해야 하는데, 김윤수의 합류가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마운드는 김윤수의 합류로 더 두터워질 전망이다. 선발이 일찍 무너져도 최채흥, 황동재, 김윤수, 김대우라는 롱 릴리프들이 건재해 걱정이 없고, 이들이 긴 이닝을 더 끌어준다면 필승조의 체력 비축에도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후반기 시작과 함께 천군만마를 얻은 삼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