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출신 수비수 최준(25)의 컨버전이 FC서울의 새로운 해답으로 떠올랐다. 올 시즌 유독 중원 미드필더 공백으로 고전한 서울이, ‘미드필더’ 최준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손에 쥐었다.
서울은 지난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4 24라운드에서 김천 상무를 1-0으로 제압했다. 주축 선수 린가드·기성용 등이 부상으로 빠졌음에도, 우승 경쟁 중인 김천을 효과적으로 막아낸 것이다.
이날 공격에선 선제골을 터뜨린 일류첸코의 존재감이 빛났지만, 주요 관심사는 중원이었다. 김기동 서울 감독은 경기 전부터 “이쯤 되면 3선의 저주다. 유독 그 포지션의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진다”라고 고개를 저었다. 이승모와 황도윤은 부상을 안고 있고, 류재문도 출전 시간을 관리 중이다.
김천전을 앞두고 고뇌에 빠진 김기동 감독이 꺼낸 카드는 다름 아닌 측면 수비수 최준의 3선 전환이었다. 서울 합류 뒤 꾸준히 측면 수비수로 기용된 그가, 중원에서 이승모와 합을 맞춘 것이다.
최준은 이미 주말-주중으로 이어지는 리그와 코리아컵 경기를 모두 뛰었는데, 새 포지션으로 김천을 상대해야 하는 험난한 일정을 소화했다. 그럼에도 90분을 모두 뛰며 안정된 수비력을 뽐내 서울의 백4를 훌륭히 보호했다. 실점 후 반격한 김천은, 중원 싸움에서 밀리며 끝내 균형을 되찾지 못했다. 김기동 감독은 “정말 도움이 된 것 같다. 최준 선수의 활약으로 활력이 됐다. 기성용 선수가 돌아오기 전까진 이런 역할을 조금씩 하게 되지 않을까”라고 호평했을 정도다. 특히 “사실 최준 선수가 밤새 여러 수비 공식을 외웠다고 하더라”라고 후문을 전하기도 했다.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난 최준에게서 그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됐다. 뛰다 보니 괜찮아졌는데, 수비할 때 누굴 잡아야 할지 모르겠더라”라고 웃었다. 벼락치기 한 공식에 대해선 “사실 외웠어도, 그대로 나오는 게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한 명 있어야 하는데, 2~3명이 있고 이러니까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었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측면 수비수가 주 포지션인 최준이 팀의 중원을 맡는다는 건 이색적인 기용으로 꼽힌다. 과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지도를 받은 필립 람이 그나마 유사한 사례다. 2010년대 과르디올라 감독은 람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이같은 선택을 한 기억이 있다. 취재진이 ‘미드필더로 기용될 것이란 얘기를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이었는지’ 묻자, 최준은 “어디든 뛰겠다고 했다. 벤치에 있는 것보단 나으니까. 그런데 만약 조금이라도 못하면 가차 없이 빼달라고도 했다”라고 말했다.
최준의 단호한 발언과 달리, 그는 90분을 모두 뛰며 마지막까지 그라운드를 지켰다.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잇따른 이유다. 최준은 “경남FC 시절 인버티드로 활약한 부분이 도움이 됐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감독님께서는 투쟁심을 보여달라고 당부하셨다. 개인적으로는 전술을 많이 외웠다. 앞으로도 감독님이 뛰라고 하면 뛰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최준은 중원에서든, 측면 수비수에서든 경쟁을 벌이는 입장이 됐다. 그는 “어디서 뛰든 잘하면 된다. 팀이 이기면 되는 것이다”며 “내 자리가 생기면 거기에서 뛰는 거다.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 (상대가) 누가 됐든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라고 짚었다.
최준의 깜짝 컨버전이, 완벽한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팬들의 관심사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