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숭용 감독은 이날 경기에 선발 등판한 토종 에이스 김광현(36)을 두고 '변화'를 강조했다. 힘으로 윽박지르는 평소 스타일이 아닌, 완급조절 등의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는 눈치였다. 김광현은 이날 경기 전까지 규정이닝을 채운 19명의 선발 투수 중 평균자책점 부문 최하위(5.24). 전환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숭용 감독은 "오늘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나도 궁금하다"며 "베테랑들은 본인들이 해온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변화를) 최대한 천천히 기다려주는데 어린 선수들은 한 템포 빨리 들어가서 이런저런 얘길 해준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직전 등판인 지난 17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3이닝 9피안타 8실점했다. 김광현이 한 경기에서 8실점 한 건 2015년 8월 29일 KT 위즈전 이후 무려 9년 만이었다. 자칫 개인 한 경기 최다 실점 기록(9점)을 갈아치울 뻔했다.
이숭용 감독은 김광현이 마운드 위에서 스스로 문제점을 깨닫고 반등할 수 있길 기다렸다. 이 감독은 "이숭용의 야구가 궁금하다고 많이 얘기하는데 내 야구는 선수 중심적인 야구라고 생각한다.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선수가 가진 걸 극대화해 주고 선수가 어느 정도 납득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거"라면서 "(선수가) 어떤 마음을 갖고 필드에 나가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그런 마음을 모으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전반기 내내 많이 참았고 선수들하고 소통하면서 신뢰를 쌓으려고 했다. 주위에서는 '독해져야 한다'는 얘길 많이 하는데 나름대로 독하게 할 때는 독하게 하려고 한다. 중요한 건 선수와 감독의 신뢰"라고 강조했다.
김광현에게 '변화'를 주문한 것도 후반기 달라진 부분. 김광현은 KT전에서 6이닝 1실점하며 직전 등판의 부진을 씻어냈다. 감독이 '완급조절 키워드'로 언급한 커브를 20개(총 89구)나 던진 게 인상적이었다. 이숭용 감독은 "감독이 어떤 결정을 내리든 선수들이 이해하고 따르면 그 팀은 언젠가 좋은 팀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감독의 의도를 모르면 그 팀은 오래 가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선수, 코치, 해설위원, 단장 등을 하면서 느낀 부분이다. 선수들하고 최대한 소통하고 기량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