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부터 중국 프로축구에서는 한국인 지도자를 찾는다. 지휘봉을 맡기면 뚜렷한 성과를 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부는 한국인 사령탑 열풍에 김대의 쑤저우 동우 감독도 뛰어들었다. 2021년부터 수석코치로 서정원 청두 룽청 감독을 보좌한 김 감독은 지난 2월 쑤저우에 부임하며 5년 만의 사령탑 복귀를 알렸다.
당시 쑤저우는 김대의 감독의 지도 능력과 태도 등을 높이 사 지휘봉을 맡겼다. 김 감독은 최근 본지를 통해 “(청두에서도) 열정을 갖고 열심히 해서 좋게 봐주신 것 같다”며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이제 막 쑤저우 지휘봉을 잡은 지 6개월 차가 된 김대의 감독은 구단의 기대에 부응했다. 갑급리그(2부리그)에서도 지난 시즌 강등 위기에서 간신히 살아남은 쑤저우가 현재는 16개 팀 중 4위를 질주 중이다. 특히 6~7월 사이 치른 리그 7경기에서 5승(1무 1패)을 챙겼다.
팀을 단번에 바꿔놓은 김대의 감독은 6월 갑급리그 ‘이달의 감독상’을 받았다. 김 감독은 “(수상을) 생각지 않았다. 1위 팀(윈난 위쿤)과 6월 승률이 같았는데, 과거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이셨던 욘 안데르센 감독이 6월에 윈난에 부임했다. 나는 (6월에) 4경기에 참여했고, 그분은 3경기밖에 안 해서 내게 상이 온 것 같다”며 웃었다.
김대의 감독이 선수단에 남긴 강력한 메시지가 주효했다. 김 감독은 “준비한 대로 하면 여러분들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계속 이야기했다. (6월에) 1위 팀과 비기면서 자신감을 얻었고, 4연승을 했다. 다른 팀한테 또 이기면서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었다”면서 “올해 가장 좋은 건 연패가 없다. 팀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것 같다”며 뿌듯해했다.
갑급리그는 다소 투박하다. 다수 팀이 롱볼 위주의 축구를 구사하고, 기량 좋은 외국인 공격수들에게 마무리를 맡긴다. 쑤저우도 여느 팀과 사정은 비슷하지만, 김대의 감독은 “밑에서부터 볼을 막 차지 말라고 한다. 3~4명이 꼭 (볼 잡은 선수에게) 가서 연결할 수 있게끔 하는 훈련을 많이 한다. 최대한 콤팩트하게 볼을 주고받고, 좌우 전환을 많이 하면서 상대가 힘들게끔 만들려고 한다”고 전했다.
쑤저우의 거침 없는 질주에는 김대의 감독의 ‘카멜레온 리더십’도 한몫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을 통제하지 않는다. 하지만 운동 시간만큼은 내가 선수들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시간이다. 평소에는 편하게 해주지만, 훈련 때는 정말 엄하게 한다”고 밝혔다.
애초 쑤저우는 올 시즌 돌입 전 ‘8위’를 목표로 세웠다. 그런데 쑤저우는 더 높이 날고 있다. 갑급리그 2위까지 1부리그인 중국 슈퍼리그로 승격할 수 있는데, 2위 다롄 잉보(승점 37)를 7점 차로 추격 중이다.
하지만 김대의 감독은 제자들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의지다. 그는 “프로에서 인정을 못 받던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하고 잘 따라줬기에 이렇게 잘하고 있는 것 같다. 구단도 그렇고 선수들도 이제 자신감이 많이 붙었고, 경기력도 많이 좋아졌다”면서도 “선수들이 열심히 해줘서 4위까지 올려놨는데, 어찌 됐든 그 8위 안쪽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사실 다들 더 높은 순위를 이야기하겠지만, 아직 그 정도의 레벨은 아니다. 지금에 감사하면서 선수들에게 계속 동기부여를 주고,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3년간 서정원 감독과 보낸 시간이 “굉장히 소중했다”는 김대의 감독은 “(여전히) 자주 통화한다. 내가 이기면 감독님도 축하한다고 연락을 주신다. 같이 기뻐해 주고 축하해 주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