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여자 양궁 대표팀이 올림픽 10회 연속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웠다. 대회 전부터 경험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이어졌지만, 태극궁사들은 보란 듯이 실력으로 올림픽 10연패 대업을 달성했다.
임시현(한국체대)과 남수현(순천시청) 전훈영(인천시청)이 호흡을 맞춘 여자 대표팀은 28일 오후 5시 11분(한국시간 29일 오전 0시 11분) 프랑스 파리의 레쟁발리드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전에서 슛오프 끝에 중국을 5-4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이날 승리로 한국 여자 양궁은 올림픽에 처음 여자 단체전이 도입된 1988 서울 올림픽부터 이어온 연속 우승을 ‘10회 연속’으로 늘렸다. 앞선 선배들이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은 최정상의 자리를 이번 대표팀도 지켜낸 것이다.
대회 전부터 꾸준히 선수들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똘똘 뭉친 여자 대표팀의 실력과 집중력 앞에서는 ‘기우’였다.
실제 이번 양궁 대표팀은 임시현이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게 유일한 국제 메이저대회 경험이었을 뿐, 남수현과 전훈영은 메이저대회에 나선 적이 없어 부족한 큰 대회 경험이 최대 약점으로 지적돼 왔다. 에이스 임시현 마저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자연스레 결정적인 순간 경험 부족에 발목이 잡힐 수도 있을 거란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사실 지난 대만과의 8강전부터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되는 듯 보였다. 맏언니이자 주장인 전훈영의 화살이 번번이 9점 밖으로 밀려난 데다, 남수현의 집중력도 흐트러지는 모습이 적잖았기 때문이다. 고군분투하던 에이스 임시현마저도 덩달아 그 영향을 받는 듯 보였다.
그러나 중요한 순간마다 부족한 경험 대신 선수들의 무서운 집중력이 더 강했다. 특히 네덜란드가 6발 중 무려 4발을 10점을 적중시키는 등 세트 점수에서 2-4로 역전당한 4세트. 한국은 전훈영과 남수현, 임시현이 잇따라 10점을 쏘며 분위기를 완전히 바꿨다. 4세트 한국이 쏜 6발 중 무려 5발이 10점 과녁을 명중시켰다.
가장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했던 슛오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전훈영은 9점, 막내 남수현은 10점을 쏘며 흐름을 잡았다. 에이스 임시현의 화살이 7점에 그친 게 옥에 티였으나, 오히려 결정적인 순간 흔들린 건 슛오프 화살 3발 모두 8점 이하에 그친 네덜란드였다.
대망의 결승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국이 1, 2세트를 먼저 따낸 뒤 4-0으로 앞서며 승기를 잡았으나, 중국이 3세트와 4세트를 잇따라 따내며 분위기가 넘어갔다. 운명의 슛오프, 자칫 다잡은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한국은 흔들리지 않았다. 전훈영과 남수현이 9점을 쏜 가운데, 임시현도 10점 라인에 걸린 9점을 쐈다. 이후 판독을 거쳐 전훈영과 임시현의 활이 모두 10점으로 정정돼 한국의 승리, 그리고 금메달로 확정됐다. 경험이 부족했다면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 태극궁사들의 실력은 세계 최강다웠다. 결과는 올림픽 10연패 대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