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분야의 7인이 강연을 펼치는 MBC ‘강연자들’이 막을 내렸다. 3부작 파일럿으로 기획된 프로그램인데 높은 화제성으로 정규편성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강연 쇼’라는 익숙한 포맷을 얼마나 신선하고 흥미롭게 유지해 낼지가 정규편성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7월 첫 방송된 ‘심장을 울려라 강연자들’(이하 ‘강연자들’)은 대한민국 각 분야 대표 아이콘 7인이 펼치는 강연쇼를 표방했다. 초호화 라인업에 논란의 출연자까지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은 ‘강연자들’은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기준 1회 3.7%, 2회 4.3%, 3회 2.9%를 기록했다. 최고 시청률 9%대를 기록 중인 tvN ‘서진이네2’, 시청률이 두자릿수인 SBS 금토드라마 ‘굿파트너’와 방송 시간이 겹쳤음에도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높은 시청률은 초호화 라인업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 멘토’로 불리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은영을 비롯해 ‘최강야구’에 출연 중인 전 프로야구 감독 김성근, ‘한문철의 블랙박스 리뷰’의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한문철, 코미디언 박명수 등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전문가와 방송인이 강연자로 등장했다. 또 국내 최초로 템플스테이를 도입한 금강스님, 분쟁지역을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김영미 PD, 논문 표절 의혹으로 방송 활동을 중단했던 역사 강사 설민석 등 관심이 갈 만한 인사들이 출연해 이목을 끌었다.
특히 강연자들의 현실적이고 진솔한 이야기는 주목도를 높였다. 설민석은 논문 표절 의혹을 자신의 ‘흑역사’라고 털어놓으며 정면 돌파하는 모습으로 화제성을 만들었고, 김 PD는 위험 지역을 취재하러 갈 때마다 늘 유서를 쓰는 습관을 밝히는 등 진솔한 이야기로 공감을 자아냈다. ‘강연자들’ 종영 후 시청자들은 “왜 이렇게 짧게 하냐”, “정규편성 해 달라”며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관건은 강연이라는 포맷이 정규편성까지 이어질 수 있을 만큼 신선함과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이미 유튜브 등에서 유명한 멘토들의 강연 영상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 TV 프로그램만의 차별성을 만들어 낼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뒤따른다.
연출을 맡은 박현석 PD는 ‘강연자들’의 차별점으로 한 가지 주제를 여러 명의 강연자의 이야기로 들어볼 수 있는 점을 꼽았다.
박 PD는 “‘강연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사람과 이 사람의 주장이 충돌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하고, 어떤 사람은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사실 어떤 방식을 따르느냐에 정답은 없다”며 “이런 점이 ‘강연자들’이 시청자가 조금 더 유연하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포인트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강연자들’이 정규 편성이 된다면 강연자 섭외 기준을 비전문가로 넓히는 것도 고려 중이다. 박 PD는 “전문적인 강연자들은 대중 앞에서 아주 기술적으로 세련되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만 다양함을 전달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규 편성이 된다면 비전문가들 중에서 대중에게 어떤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사람들을 섭외해서 균형감을 갖추려고 한다. 시청자들 역시 이런 것을 기대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