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효진(16·대구체고)이 쏜 마지막 24번째 슈팅은 9.6점. 금메달이 눈앞까지 다가온 상황에서 중국의 황위팅에게 동점을 허용했다. 결국 마지막 한 발을 놓고 다투는 슛오프에 돌입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여고생 사수'라면 실망할 법 하나, 반효진은 머릿속으로 "하늘이 내게 기회를 주는구나"라고 여겼다.
반효진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 센터에서 열린 대회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서 중국의 황 위팅을 슛오프 끝에 물리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반효진의 이날 금메달은 대한민국 하계 올림픽 역사상 100번째 금메달이다. 이번 대회 4번째 금메달이기도 하다.
반효진은 역대 대한민국 올림픽 역사상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로 기록됐다. 2007년 9월 20일생인 반효진은 16세 10개월 18일의 나이로 우승, 1988년 서울 올림픽 양궁 단체전의 윤영숙(당시 17세 21일) 최연소 기록을 경신했다.
반효진은 전날 열린 공기소총 본선에서 60발 합계 634.5점을 쏴 전체 1위로 본선을 통과했다.
이날 결선에서 중반 이후 선두로 나온 반효진은 우승을 놓고 다투던 황위팅이 22발째 9.6점을 쏴 금메달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그런데 반효진은 마지막 시리즈에서 23번째 발 9.9점에 그쳐 황위팅과의 간격이 좁혀졌다. 황위팅이 24번째 발 10.5를 기록하고 마무리했다. 반효진이 9.7점 이상만 기록하면 금메달을 확정 짓는 상황에서 9.6점을 쏴 동점을 허용했다.
반효진은 "마지막 발에 그렇게 많이 빠질 줄은 몰랐다. (24번째 발을 쏘고) 2등인 줄 알았다"며 "그런데 슛오프가 열리는 것을 확인하고 하늘이 제게 금메달을 따도록 기회를 주신 거로 생각하고 더 열심히 임했다"고 웃었다.
반효진은 슛오프에서 침착하게 10.4점을 쏴 10.3점에 그친 황위팅을 제치고 금메달을 확정했다. 반효진은 최종 251.8점으로 이 종목 올림픽 결선 신기록까지 수립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그의 세계랭킹 16위였다. 파리 올림픽 우승이 깜짝 금메달로 평가받는 이유다. 반효진은 2020 도쿄 올림픽이 열린 2021년 7월 처음 사격을 시작했다. 친구를 따라 사격을 시작한 그는 입문 3년 만에 금메달을 땄다.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성적표를 거둔 반효진은 금메달을 따고 환하게 웃었다. 그는 "결선 최고 신기록을 알고 있었다. 제 이름을 남기고자 더 독하게 쐈다"면서 "어린 나이에 여기(파리 올림픽)까지 와서 가족들도 너무 보고 싶어 힘들었다. 드디어 가족을 만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나이가 어려 이번 대회에서 한 가지라도 배우고 돌아가자는 생각으로 최대한 겸손하게 임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