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에서 많은 기대를 받고도 부진한 황선우(강원도청)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거듭 한숨만 쉬었다. 3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라데팡스 수영장에서 열린 대회 수영 남자 계영 800m 결승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다. “속으로 울었다”던 황선우는 부진의 원인에 대한 거듭된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답답해했다. 컨디션도, 몸 상태도 나쁘지 않았기에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기록은 황선우 본인에게 더욱 안타까웠다.
주종목이자 메달권 후보로 꼽혔던 남자 자유형 200m부터 꼬였다. 예선 당시만 하더라도 1분46초13의 기록으로 25명 중 4위에 올라 무난하게 준결승에 오른 듯했다. 김우민(강원도청)과 함께 사상 처음 준결승에도 동반 진출했다. 나란히 결승에까지 오를 것인지 관심이 쏠렸다. 이 과정에서 관건으로 꼽힌 건 김우민의 결승 진출 여부였을 뿐 황선우의 결승 진출을 의심하는 시선은 없었다.
그러나 황선우는 준결승 무대에서 1분45초92로 16명 중 9위에 그쳤다. 상위 8명에게만 주어지는 결승행 티켓이 날아갔다. 메달을 자신했던 터라 결승 무대에조차 오르지 못한 건 충격적인 결과였다. “수영 인생이 끝난 건 아니”라며 덤덤하게 말하던 황선우지만, 뒤늦게 “그날은 밥도 못 먹을 만큼 힘들었다”며 속내를 털어놨다.
의욕이 넘쳤던 자유형 100m도 턱걸이로 준결승에 올랐다. 대신 계영 800m만 집중하기 위해 자유형 100m 준결승 진출도 포기했다. 아쉬웠던 자유형 200m의 아쉬움을 계영 800m에서 털어낼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쏠렸다. 마지막 4번 영자로서 한국 수영의 새 역사를 이끌 수 있다면 앞선 자유형 200m에서 부진했던 아쉬움을 털어낼 수 있었다.
다만 계영 800m에서도 황선우의 기록은 기대에 못 미쳤다. 200m 구간 기록은 1분45초99에 불과했다. 지난 2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당시 1분43초76을 기록했던 걸 돌아보면 2초 이상 늦은 기록이었다. 김우민 정도를 제외하고 수영 대표팀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기록을 남긴 게 사실이지만, 그래도 ‘에이스’ 황선우마저 부진한 건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덩달아 계영 800m 대표팀의 부진도 아쉬웠다. 사상 첫 메달에 도전하던 황금세대는 결승에서 9개팀 중 6위에 그쳤다.
누구보다 답답한 건 황선우다. 대회 기간 내내 컨디션이나 몸 상태에 이상이 없다며 자신했던 터라, 수영장에만 들어가면 기대에 못 미치는 기록이 거듭 나온 건 본인에게도 ‘미스터리’다.
황선우는 “지난 세계선수권 때는 오히려 운동량 강도도 굉장히 셌고 테이퍼링도 갖추지 않았다. 다들 자신감이 있는 상태였는데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어서 많이 당황스럽다. 계속 리플레이를 돌려봐야 될 거 같다”며 “몸 상태나 컨디션은 나쁘지 않다. 그런데도 기록이 계속 나빠져 어떤 부분이 문제인지 저도 잘 모르겠다. 몸이 아픈 것도 아니고, 감기 기운이 있는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저조한 기록이 나와서 답답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영장의 수심이 낮은 게 기록 저하에 영향이 있는 것 아닌지에 대한 질문엔 “그게 맞다고 하더라도 다른 모든 선수들이 똑같은 환경에서 시작하는 거다. 우리만 안 좋은 영향을 받는 건 아니다. 저희가 많이 부족했던 거 같다”며 “사실 (1분)44초대 기록은 매 시즌마다 나오던 기록이고 항상 자신감도 차 있었다. 이렇게 아쉬운 결과가 왜 나왔는지 저도 잘 모르겠다. 다시 한번 돌아봐야 될 거 같다. 당황스러운 마음이 가장 큰 거 같고, 죄송스러운 마음도 크다”고 했다.
이어 황선우는 “훈련 캠프에서도 분명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자유형 200m는 거의 6명의 선수들 모두 생각보다 좋은 기록이 나오지 않았다”며 “어떤 점이 문제가 있는지 아직 찾지 못했다. 파리 올림픽을 분석한 영상을 토대로 찾아봤으면 좋겠다. 우리가 훈련해 왔던 점들을 다시 되돌아보면서 부족한 점을 고쳐야 될 거 같다. 다들 기대를 많이 해주셨기에 많이 아쉽다”며 애써 눈물을 참았다. 황선우는 아쉬움을 뒤로한 채 내달 2일 열리는 혼계영 400m 계영을 통해 파리 올림픽 마지막 도전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