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랭킹 24위인 한주엽은 3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샹드마르스 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유도 남자 90㎏급 패자부활전에 출전했으나 세계 11위 하파엘 마세두(브라질)에게 한판패로 개인전을 마감했다.
한주엽은 경기 시작 1분 44초에 다리대돌리기에 당해 절반을 내줬다. 이어 경기 종료 38초를 남겨두고 빗당겨치기에 한판패를 당했다. 승리했다면 동메달 결정전에 나갈 수 있었지만, 패하면서 생애 첫 올림픽이었던 이번 대회 개인전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주엽으로서는 극적으로 합류한 올림픽이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올림픽 출전권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지나 3월 기준 세계랭킹이 50위권에 불과했다. 올림픽 랭킹 상위 17명에 들어야 하는데, 문턱까지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었다.
포기하지 않았고, 기적이 일어났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무릎을 다쳤던 한주엽은 휴식과 회복에 전념하는 대신 5개월 동안 전 세계 9개 대회에 출전했다. 그 결과 3월 트빌리시 그랜드슬램, 4월 아시아개인선수권대회, 5월 두샨베 그랜드슬램에서 동메달을 획득하며 랭킹을 끌어올렸다.
그래도 올림픽까진 부족했다. 그런데 행운이 따랐다. 착실히 포인트를 모은 덕분에 국가당 1장씩 주어지는 대륙별 출전권을 얻었다. 원래대로라면 여자 52㎏급 정예린이 나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그가 랭킹이 올라 출전하게 되면서 출전권이 남았고, 한주엽에게 다음 기회가 돌아왔다.
하지만 참가에만 만족하는 일은 없었다. 동메달 결정전 직전까지 갔던 만큼 메달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 한주엽은 패자부활전을 마친 후 "올림픽은 나가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자리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자리에 메달 하나가 있었다면 좋았을 것 같다"면서 "정말 죄송하고 저 자신이 너무 창피하다"고 전했다. 한주엽은 "올림픽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해내야 하는 자리인데, 증명해야 하는 자리에서 경험을 해서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해도 이 무대까지 온 길이 헛되진 않았다. 한주엽은 "외국 경기를 연속으로 2개 갔다 오고 이틀 뒤 다시 출국하는, 말이 안 되는 스케줄이었다"고 올림픽까지 온 길을 돌아보면서 "감독님께서는 외국에 함께 안 나가신 적이 한 번도 없다. 올림픽 선수들을 한국에 두고 출전권을 따내야 하는 선수들을 이끌어주셨다. 그래서 더 죄송하다"고 감사와 사과를 전했다.
한주엽은 8강전에서 만나 패했던 세계랭킹 1위 라샤 베카우리(조지아)와 맞대결에 대해 "대진표가 잘못 나왔다기보다는 '어차피 그 선수를 꺾지 못하면 1등은 못 하는 거니까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내 실력이 부족했다"며 "초반을 잘 버티면 후반 내 페이스가 찾아오겠다 싶었는데, 초반 성공했던 기술이 내 기술이 아닌데도 똑같이 했던 게 실수"라고 돌아봤다.
숨쉴 틈도 없이 달려 왔던 파리에서의 토너먼트는 끝났지만, 한주엽은 벌써 다음 올림픽을 꿈꾸고 있다. 한주엽은 "LA 올림픽과 그다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때까지 계속 도전할 것"이라면서 "이번을 발판 삼아 더 높이 올라가겠다. 태극기가 제일 높은 곳에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한국 유도는 이번 대회에서 전날까지 은메달 1개(여자 57㎏급 허미미), 동메달 1개(남자 81㎏급 이준환)를 획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