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아쉽지만,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다시 잘 쉬고, 머리도 비우면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경기 준비할게요."
삐약이 신유빈(20·대한항공·세계랭킹 8위)에게 만리장성은 아직 높았다. 그래도 좌절 대신 동메달 결정전을 향한 투지를 드러냈다.
신유빈은 2일(한국시간) 프랑스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4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탁구 여자 단식 준결승전에서 중국의 천멍(4위)과 만나 0-4(7-11, 6-11, 7-11, 7-11)로 완패했다.
실력 차가 뚜렷했다. 잠시 신유빈이 치고 나가는 순간들도 있었으나 길지 않았다. 쑨멍은 한 차례도 무너지는 일 없이 신유빈을 잡아냈고, 특히 매 게임 막판 치고 나가며 단숨에 게임 포인트를 따내는 안정감이 돋보였다.
탁구 세계 최정상을 독점 중인 중국의 벽에 다시 부딪혔으니 좌절할 법도 했지만, 신유빈은 비교적 밝은 모습으로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 나타났다.
신유빈은 "상대가 더 실력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경기 중간중간 대등하게 붙은 부분은 있지만, 그때마다 상대가 워낙 강하게 버티니 내가 쉬운 범실을 많이 기록했다"며 "그건 조금 아쉽지만,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시 잘 쉬고 머리도 비우면서 동메달 결정전을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다소 빡빡한 일정이 독이 되진 않았을까. 신유빈은 전날 현지 시간 정오에 일본 히라노 미우와 7세트 듀스까지 가는 혈전을 벌였고, 이날은 아침 10시에 바로 천멍을 상대했다. 하지만 그는 "일정은 모든 선수가 다 똑같은 문제다. 오히려 어제 일찍 끝난 편이라 잠도 더 푹 자고 왔다. 그저 상대가 너무 강했을 뿐"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신유빈의 다음 상대는 세계랭킹 1위 쑨잉샤(중국)과 하아탸 히나(일본)의 준결승 패자다. 쑨잉샤의 실력이 막강해 하야타를 만날 가능성이 큰데, 그 역시 8위인 신유빈에겐 만만치 않은 상대다. 신유빈은 "두 선수 다 실력적으로 정말 탄탄한 선수다. 모두 좋은 기술을 갖고 있다. 경기는 내가 하기에 따라 바뀐다고 생각한다. 나 자신을 잘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