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의 올 시즌 타점 페이스는 독보적이다. 5일 기준으로 92타점(98경기)을 기록, 2위 그룹(멜 로하스 주니어·맷 데이비슨 이상 85타점)에 7타점 앞선 단독 선두이다. 전반기(경기당 0.94타점) 못지않은 후반기(경기당 0.91타점) 페이스. 최근 타점 추가에 어려움을 겪지만, 부문 단독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킨다. 이로써 2011년과 2016년에 이어 개인 통산 세 번째 타점왕을 향한 청신호를 켰다. 타이거즈 소속 타점왕은 2009년 김상현(당시 127타점) 이후 명맥이 끊겼다.
최형우의 타점 행진이 놀라운 건 그의 나이 때문이다. 1983년생 최형우는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고령 타자'. 그러나 타석에서의 존재감은 나이와 반비례한다. 이범호 KIA 감독이 "정말 대단하다. 앞으로 3년은 더 뛸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할 정도. 만약 그가 타점왕을 차지하면 2005년 래리 서튼(당시 현대 유니콘스)이 달성한 리그 역대 최고령 타점왕 기록(35세)을 경신하게 된다. 국내 선수로 좁히면 1986년 김봉연(당시 해태 타이거즈) 2021년 양의지(당시 NC 다이노스)의 34세가 최고령 타점왕 기록. 2015년 박병호(당시 넥센 히어로즈·146타점)가 세운 단일 시즌 최다 타점 기록은 쉽지 않지만, 나이를 잊은 활약으로 눈길을 끈다.
최우수선수(MVP) 시즌을 만들어가는 김도영과의 궁합이 최상이다.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을 3번, 최형우를 4번 타순에 배치하는 라인업을 즐겨 가동하는데 김도영이 출루하면 최형우가 쓸어 담는 패턴이다. 최형우의 득점권 타율은 0.336(122타수 41안타)로 팀 내 1위. 앞선 타자가 안타로 출루했을 때 타율도 0.352(54타수 19안타)로 준수하다. 최형우의 든든한 '후방 지원' 덕분에 김도영은 리그 최연소(20세 9개월 25일), 최소 경기(97경기) 100득점 금자탑을 쌓기도 했다.
두 선수가 밀고 당기면서 기록 잔치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본인에게 물어보니 '20대 때 느꼈던 타격 타이밍을 지금 느끼고 있다'고 하더라"며 "타자들이 앞에서 밥상을 차리면 최형우가 타점으로 연결한다. 동료와 본인의 능력으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