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종(24·양평군청)은 2024 파리 올림픽 100㎏ 이상급에 출전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유도 역사상 처음으로 따낸 올림픽 최중량급 은메달이었다. 세계랭킹 1위였던 김민종은 결승전에서 '레전드' 테디 리네르(프랑스)에게 아쉬운 패배를 당했다. 그는 "(금메달을 따려면) 하늘을 감동시켜야 하는데 난 부모님만 감동시킨 것 같다"라며 아쉬워했다.
김민종은 '마장동 정육집 아들'로 유명하다. 아버지 김병준 씨는 서울 마장동에서 정육점을 운영한다. 그 덕분에 김민종은 키가 1m84㎝에 몸무게도 135㎏에 달한다. 김씨 부부는 아들에게 마음껏 고기를 먹였다. 이제 김민종이 '고깃값'을 제대로 하는 셈이다.
김병준 씨는 "민종이는 손 한 번 안 대며 키운 아들이다. 부모가 커주길 바라는 대로 커줬다. 국가대표가 되어줬으면 했더니 (정말로) 됐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도 받았다. 세계선수권 때는 '빨간 명찰(선수권 우승) 하나 가져와 줘'라고 했더니 가져오더라. 올림픽 때는 부담스러울까 봐 노란색(올림픽 금메달) 이야기는 안 했다"라고 웃었다.
김병준 씨는 "민종이가 어릴 때 개성이 강했다. 힘이 잘못 발산되면 안 될 거 같아 초등학교 4학년 때 유도 도장을 보냈다. 살찌지 말고 정신도 수양하게 하려다 올림픽까지 왔다"라며 "민종이는 그때도 투덜거리지 않았다. 6학년 때 소년 체전에 나가려고 하루 6시간 훈련을 다 참아냈다. 어릴 때부터 끝까지 하던 편"이라고 했다.
김민종이 항상 최고였던 건 아니다. 김병준 씨는 "한동안 민종이가 3등만 한다고 선배한테 '민또3(민종이가 또 3등했다)', 그러다가 2등만 한다고 '민또2'라고 불린 적도 있었다. 본인도 1등을 갈망했을 거다"라며 "항저우 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테무르 하리모프(타지키스탄)와 대결할 때 다 이긴 경기를 졌다. 자신보다 큰 선수와 정면 대결해서 그랬다. 단체전 때도 비슷한 실수를 하더라. 그 후에 '아빠, 내가 이런 건 바꿔야 할 것 같아'라더니 경기가 차분해지기 시작했다"고 떠올렸다.
김민종은 은메달 수상 후 감사 인사를 전할 때 가족을 꺼내지 않았다. 취재진이 이유를 묻자 "가족들은 말 안 해도 알지 않겠나"라고 쑥스럽다는 듯 웃었다.
김병준 씨는 "아들은 말하는 대신 (내) 엉덩이를 툭툭 치고 지나간다. 그러면 아들 마음이 느껴진다. '아빠, 건강 조심해. 술 담배 좀 줄여' 같은 이야기다. 그렇다고 줄인 건 아니다"라며 웃었다. 그는 "손주 보면 끊겠다고 했다. 민종이가 (빨리 결혼해서) 안정을 찾으면 좋겠다"고 했다.
든든한 아들이지만, 부모 마음은 늘 걱정으로 가득 차 있다. 김병준씨는 "가장 피하는 게 '더 열심히 해라' 같은 말이다.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 부담을 주면 안 된다. 몇 번 '참고 해라'라고 말한 적 있다. 그때가 가장 미안했다"고 했다.
김민종은 4년 뒤 LA 올림픽 금메달 유력 후보다. 김병준 씨는 "LA 때는 아들이 정말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 열심히 한다면 3~4년은 세계를 주름잡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김민종은 결승전 도중 무릎 내측 인대가 부분 파열돼 수 개월 동안 휴식이 필요하다. 김 씨는 "민종이가 1년을 쉬더라도 난 걱정 없다. 민종이는 또 정답을 찾아올 테니까. 걱정 안 한다"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