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이 합작한 5관왕. 한 팀이 되어 쏜 금빛 화살이었지만, 각자의 역할이 빛난 덕분에 만들어진 값진 결과물이었다.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양궁 최초로 금메달 5개를 싹쓸이한 대표팀이 6일 귀국했다.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한 선수들은 각자의 목에 금메달을 주렁주렁 매단 채 100여 명의 팬들의 환대를 받았다. 선수들은 이구동성으로 "기쁘고 행복하다"라며 각자 커다란 메달을 들어 보였다.
한국 양궁 대표팀은 파리 올림픽에서 새 역사를 썼다. 남·여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 그리고 남·여 개인전까지 석권하면서 금메달 5개를 싹쓸이한 것이다.
임시현(21·한국체대)과 전훈영(30·인천시청) 남수현(19·순천시청)이 호흡을 맞춘 여자 대표팀이 여자 단체전 10연패를 거뒀고, 김우진(32·청주시청)과 이우석(27·코오롱) 김제덕(20·예천군청)이 남자 단체전 3연패로 흐름을 이었다. 김우진과 임시현, 두 남녀 에이스가 호흡을 맞춘 혼성 단체전 역시 이변은 없었다. 나아가 여자·남자 개인전에 나선 임시현과 김우진은 3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단체전 금메달이 좋은 흐름의 첫 시작이었다. 여자 대표팀은 단체전이 처음 도입된 1988 서울 대회부터 단 한 번도 금메달을 내주지 않은 9연패의 팀으로 10연패를 향한 부담이 상당했다. 아울러 세 선수 모두 올림픽 경험이 없다는 편견의 시선과도 싸워야 했다. 아시안게임 3관왕 임시현이 에이스 역할을 해야 한다는 부담을 짊어지고 경기에 나섰지만 흔들릴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맏언니' 전훈영과 '막내' 남수현이 임시현이 짊어진 에이스 무게를 나눠 들면서 그의 부담을 지웠다.
귀국 기자회견에서 "에이스라는 부담감이 없진 않았다"는 임시현은 금메달 3개와 함께 환하게 웃었다. 그는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끝까지 할 수 있었다"면서 "우리 3명이 진짜 열심히 운동했는데, 10연패 목표를 이룬 순간이 가장 감격스러웠다. (금메달을 3개나 걸고 있어) 목 디스크에 걸릴 정도지만 너무 행복하다"라며 활짝 웃었다.
전훈영, 남수현은 에이스를 믿고 언니와 동생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전훈영은 "임시현 선수가 에이스 역할을 하면서 이끌어준 부분이 많았다"면서도 "나는 내 몫만 하자라고 생각했고, (언니로서) 동생들과 분위기를 좋게 가져가려고 했다"라고 돌아봤다. 막내 남수현은 "막내로서 최대한 자신감 있게 쏘려고 했다. 언니들을 믿고 쏘는 게 내 목표였다"라며 자신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기세를 남자 대표팀이 이어 받았다. 남자 대표팀의 역할 분담도 확실했다. 당초 김제덕이 마지막 사수로 나설 예정이었으나, 부담이 큰 포지션이었기에 '맏형' 김우진이 3번 사수를 자원했다. 두 번째 사수였던 이우석도 첫 사수로 앞장서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김제덕은 도쿄 대회에 이어 "파이팅!"을 크게 외치며 형들의 기세를 북돋았다. 김우진은 "(김)제덕이는 단체전에 꼭 필요했던 선수다. 우리가 긴장하던 순간에 크게 파이팅을 외쳐준 덕분에 힘이 됐다"라고 말했다.
여자 대표팀과 마찬가지로 남자 대표팀도 모두가 에이스였다. 한 명이 흔들릴 때 두 명이 이를 나눠 가지며 좋은 성적을 이어갔다. 금메달 후에는 서로를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들'인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 CF)와 킬리안 음바페(레알 마드리드), 손흥민(토트넘 홋스퍼)에 빗대며 모두가 에이스임을 강조했다.
6인이었지만 한 팀이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힘을 주고 동기부여를 한 덕분에 양궁 대표팀은 값진 금메달 5개를 목에 걸고 금의환향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