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 태권도 여자 57㎏급 금메달을 차지한 김유진(23·울산시체육회)의 스토리는 세계랭킹이 낮은 이른바 언더독의 반란이라는 점에서 더욱 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세계랭킹 24위인 김유진이 9일(한국시간) 정상까지 오르는 여정동안 이긴 상대는 세계 1위와 2위, 4위, 5위 등 톱5 중 4명이었기 때문이었다. 김유진은 “세계랭킹은 숫자일 뿐”이라며 “랭킹이 높다고 그렇게 잘하는 건 아니다. 나 자신만 무너지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웃어 보였다.
남자 80㎏급 서건우의 메달 실패 역시 안타깝지만 세계 랭킹은 숫자일 뿐이라는 걸 고스란히 보여준 셈이 됐다.
세계 4위인 서건우는 이번 태권도 남자 80㎏급에서 메달에 도전했지만, 결승 문턱에서 세계 9위에 패배한 데 이어 유종의 미에 도전하던 동메달 결정전에서조차 27위에 져 깊은 한숨을 내쉬어야 했기 때문이다.
한국 태권도가 남자 80㎏급에 출전하는 건 처음인 데다, 마침 앞서 박태준(경희대)과 김유진이 연이틀 금메달 소식을 전하면서 자연스레 서건우에게도 많은 기대와 관심이 쏠렸다. 만약 서건우가 남자 80㎏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하면 이 체급 사상 첫 금메달은 물론, 한국 선수단 14번째 금메달로 역대 최다 메달 신기록 역사의 중심에 설 수 있었다.
16강에서 오심으로 탈락할 위기를 가까스로 극복하고, 8강에서는 라운드 점수 2-0 완승으로 준결승에 오를 때까지만 해도 서건우가 그 기세를 이어가는 듯 보였다. 세계 4위인 만큼 메달권에 오를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컸다.
그러나 서건우는 중요한 순간마다 아쉬움을 삼켰다. 준결승전에서는 세계 9위 메흐란 바르호르다리(이란)에 라운드 점수 1-2(4-2, 9-13, 8-12) 역전패를 당했다. 먼저 기선을 제압하고도 내리 두 라운드에서 10점 이상 실점하며 무너졌다.
그래도 유종의 미가 남아 있었다. 마침 상대의 세계랭킹이 27위여서 서건우가 시상대에는 오를 거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시상대에 오르기만 해도 남자 80㎏급 사상 첫 메달이라는 역사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다만 서건우는 동메달 결정전에서도 웃지 못했다. 덴마크의 에디 흐르니치와 겨룬 서건우는 1라운드와 2라운드 모두 초반부터 몸통 공격으로 잇따라 점수를 내주며 주도권을 빼앗겼다. 1라운드에서 2-15로 크게 뒤진 서건우는 2라운드에서도 일찌감치 점수 차가 벌어졌다.
그나마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으로 반격에 나섰지만, 마지막 반전을 끝내 이루지는 못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중요한 순간 세계랭킹 9위와 27위에 무너진 세계 4위 서건우에게도 아쉬움의 크기는 더욱 클 수밖에 없을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