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였던 김홍열(Hong10·도봉구청)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 있는 2024 파리올림픽 브레이킹 종목에서 조별리그 탈락으로 조기 마감했다.
김홍열은 10일 밤(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린 대회 브레이킹 비보이(남자부) 조별리그 C조에서 3위에 자리했다. 브레이킹은 이번 대회에서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정식 종목에 선정됐다. 16명이 4개 조로 나눠 조별리그를 통해 각조 1, 2위 8명을 추려낸 후 토너먼트로 메달리스트를 결정하는데, 김홍열은 조 3위에 머무르며 8강 진출에 실패했다.
브레이킹은 1 대 1 댄스 배틀 형태 종목이다. 9명의 심판이 두 사람의 춤을 본 후 투표하고, 더 많은 표를 얻은 선수가 승리한다. 조별리그에서는 2개 라운드 점수가 1-1로 같으면 두 라운드에서 얻은 총투표수가 승패로 승자를 결정한다. 채점 기준은 기술성, 다양성, 독창성, 수행력, 음악성 등 5가지로 고려해 점수가 매겨진다.
김홍열은 1차전에서 네덜란드의 신예 레이라우 데미러(Lee)에게 라운드 점수 0-2(2-7 3-6)로 완패했다. 2차전에선 가에탕 알린(Lagaet·프랑스)를 1-1(7-2 4-5·총투표수 11-7)로 이겼다.
김홍열은 이어진 3차전에서 제프리 루이스(Jeffro·미국)와 대결을 벌여 라운드 점수 1-1(3-6 8-1·총투표수 11-7)를 기록했다.
1, 2차전을 합쳐 김홍열의 라운드 승리는 단 1개에 불과했다. 김홍열이 8강에 오르기 위해서는 루이스와 3차전에서 2개 라운드를 다 잡아야 했다. 하지만 공중을 휘젓는 고난도 동작으로 연신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 루이스가 1라운드를 가져가면서 조별리그 통과 가능성이 사라졌다.
김홍열은 루이스를 상대로 2라운드에서는 재치 넘치는 춤 동작을 선보이며 감탄을 자아냈다. 그렇게 2라운드를 8-1로 따냈지만, 이미 1라운드 패배로 8강에 올라가는 경우의 수는 없어진 후였다. 김홍열이 탈락한 C조에서는 루이스(5개 라운드 승)와 데미러(4개 라운드 승)가 1, 2위를 차지했다.
1984년생인 김홍열은 불혹의 나이에도 기량이 건재하다. 브레이킹 최고 권위 국제 대회로 여겨지는 레드불 비씨원 파이널에서 2회(2006, 2013년) 우승한 '레전드'로 꼽힌다. 대회 최초의 한국인 우승자기도 하다. 2회 우승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이다.
그는 17세인 2001년부터 국제대회에 출전하며 비보이로서 데뷔했고, 23년째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며 브레이킹 세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꼽힌다.
다만 다음 대회 출전은 김홍열의 의사와 상관없이 어려울 거로 보인다. 브레이킹은 2028 LA 대회 정식 종목에는 빠졌다. 이번 대회가 처음이자 마지막 올림픽 경기가 될 수 있다.
한편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 2세로, 캐나다 국가대표인 필립 김(Phil Wizard)은 B조 1위(5개 라운드 승·총투표수 40표)로 8강에 진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