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장미란' 박혜정(21·고양시청)이 첫 올림픽 무대에서 인상 한국 신기록과 함께 분전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LA 올림픽 정상을 향한 가능성을 확인한 날이었다.
박혜정은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6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역도 여자 81㎏ 이상급에서 인상 131㎏, 용상 168㎏을 들어 합계 299㎏으로 최종 2위에 자리했다.
비록 리원원에 밀려 우승엔 실패했으나 매년 성장해 온 박혜정의 가능성을 재확인한 경기였다. 이날 그가 인상 3차 시기에서 들어올린 131㎏은 한국 신기록이었다. 박혜정 본인이 지난 4월 태국 푸껫에서 열린 2024 국제역도연맹(IWF) 월드컵 여자 최중량급 경기(당시에는 87㎏ 이상급)에서 든 130㎏, 또 2018년 국제역도연맹(IWF)이 체급을 재편하면서 대한역도연맹이 여자 최중량급 기준기록으로 정한 130㎏을 넘어섰다. 한국 신기록 성공을 확인한 박혜정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용상에서도 안정적으로 기록을 쌓았다. 1차 시기에서 163㎏을 기록한 박혜정은 2차 시기 리원원의 1차 기록(167㎏)보다 1㎏ 높은 168㎏으로 차근차근 기록을 추가했다.
다만 뛰어난 성적에도 좀처럼 '챔피언' 리원원(중국)을 넘어서긴 어려웠다. 리원원은 인상에서 무려 136㎏을 기록하며 박혜정을 제치고 독주했다. 박혜정 역시 2위는 안정적이었다. 3위 에밀리 캠벨(영국·126㎏)을 5㎏ 차로 제쳤다. 리원원은 용상에서 1차 167㎏, 2차 173㎏을 들면서 질주했다. 박혜정이 3차 시기 때 173㎏을 시도했지만, 실패하면서 리원원의 우승도 자연스럽게 확정됐다. 리원원 3차 시기 때 174㎏을 적어냈지만, 바벨을 드는 대신 코치를 번쩍 들면서 금메달 세리머니를 만끽했다.
박혜정은 지난해 10월 중국 저장성 항저우 샤오산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역도 여자 87kg 이상급 경기에서도 정상에 섰다. 당시 인상 125kg 용상 169kg, 합계 294kg을 들어 우승했다. 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 역도 종목에서 우승한 건, 2010년 광저우 대회 여자 최중량급(당시에는 75kg 이상)에서 금메달을 딴 장미란(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후 13년 만의 일이었다.
한국 선수가 아시안게임 역도 종목에서 우승한 건, 2010년 광저우 대회 여자 최중량급(당시에는 75kg 이상)에서 금메달을 딴 장미란(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이후 13년 만이다. 당시 부상으로 결장했던 리원원이 없을 때 정상에 서며 올림픽을 향한 기대감을 키웠다.
포스트 장미란이라는 별칭의 자격을 증명한 경기였다. 한국은 장미란이 2012 런던 대회 동메달을 따낸 이후 12년 동안 여자 최중량급에서 메달 수확에 실패했는데, 박혜정이 파리 대회에서 그 갈증을 풀어주는 선봉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