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마지막 메달리스트, 한국 역도 신기록의 주인공 박혜정(21·고양시청)이 끝내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박혜정은 11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의 사우스 파리 아레나6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역도 여자 81㎏ 이상급에서 인상 131㎏, 용상 168㎏을 들어 합계 299㎏으로 은메달을 수상했다. 인상과 합계는 한국 신기록. 생애 첫 올림픽에서 은빛 바벨을 들며 4년 뒤 LA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까지 채워냈다.
올림픽이 끝나고서야 박혜정은 돌아가신 어머니 남현희 씨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남씨는 올림픽을 석 달 남겨둔 지난 4월 8년 간의 암 투병 끝에 별세했다. 어린 나이에 모친상을 치러야 했지만, 박혜정은 상을 마친 후 흔들리지 않고 바벨을 들었다. 직후 열린 2024 국제역도연맹(IWF) 태국 월드컵에서 인상 130㎏, 용상 166㎏, 합계 296㎏을 들고 리원원(중국)에 이은 2위로 올림픽행을 확정했다.
이후 석 달 동안 박혜정은 공식 석상에서 어머니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밝은 모습으로 파리를 향한 각오만 전했다. 올림픽을 마칠 때까지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은메달을 수상한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만난 박혜정은 오래 참아왔던 어머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가족에게 메달을 가장 보여주고 싶다. 아빠와 언니가 경기장에 와 있다. 먼저 보여주고, 한국에 가 어머니에게 메달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박혜정은 "대회 전에는 어머니 생각을 거의 하지 않으려고 했다"면서도 "그런데 몸을 푸는 과정에서 문득 생각 났다. 시상대에 올라가니 울컥해서 눈물이 나기도 했다. 코치님께서 '왜 우냐, 웃어'라고 하셔서 그래도 웃기로 했다"고 떠올렸다.
박혜정은 "힘든 일을 생각하면 내 멘털이 더 흔들렸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어머니 이야기는 최대한 안 하려고 했다"며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아빠, 언니와 이곳에 있지 않았겠나. 바로 가서 안아줬을 것"이라고 했다. "아직도 어머니 얘기를 하면 눈물이 나지만, 계속 울 수만은 없지 않나"라고 애써 웃어 보였다. 파리에서도 어머니 꿈을 꿨다. 별다른 이야기를 한 건 아니고, 꿈에서 그냥 함께 놀러 다녔다. 그런데 일어나니 내가 울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박혜정은 "아버지와 언니가 옆에서 응원해줬고, 박종화 (여자 역도대표팀) 코치님과도 자주 대화했다"며 "많은 분의 지지와 응원이 힘이 됐다"며 힘이 되어 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공동취재구역에서 나와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혜정은 어머니 이야기가 다시 나오자 결국 눈물을 터뜨렸다. 박혜정은 어머니께 어떤 말을 전하고 싶냐는 질문에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고, 부담감도 많이 있었다. 그래도 아버지와 언니에게 많이 기대면서 여기까지 왔다"며 "오늘 경기를 뛰면서 어머니가 가장 많이 생각났다. 한국에 가 어머니를 찾아뵙겠다"고 했다.